모 공중파 버라이어티쇼 작가와의 가상 대화.
꼭 그래야 겠어요?
뭘요?
아니 꼭 영화배우들을 출연시켜야겠냐고요.
그게 뭐?
뻔하잖아요. 개봉 얼마 안남은 영화 배우들 출연시키는 게 섭외하기도 편해서 그런다는거, 모를 줄 알아요?
잘 아시네요. 섭외하기 편합니다. 근데 그게 뭐 문제인가요?
문제라기보다...왜 나오나 싶어서 그런거죠.
유감 있나요?
나와서 영화 얘기 하나요?
당근 안하죠.
그럼 왜 나오나요?
몰라요. 그렇게라도 나와서 연상 효과를 일으키면 영화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보죠.
실제로 도움이 되진 않잖아요.
안되는 거 뻔히 알면서도 나와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겠죠. 뭐.
시청률엔 도움이 되나요?
다른 건 몰라도 섭외하긴 편해요. 알아서 나오겠다고도 하고. 홍보사를 통해서 연락이 오기도 하고.
왜 그렇게들 나오고 싶어하나요?
말씀드렸잖아요. 지푸라기...
배우들은 좋아하나요?
좋아하는 배우들도 있고 시큰둥한 배우도 있어요.
시큰둥한 배우는 왜 나오나요?
계약서에 거기까지 하기로 돼 있다지요, 아마? 더 이상은 몰라요. 우린 나오면 그걸로 장땡이니까.
좋아요. 그런데 영화배우들 나오면 그래도 출연 영화에 대해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예의 아닌가요?
안하나요?
하긴 하죠. 근데 너무 짧잖아요.
아시잖아요. 영화 얘기 길게 하면 시청률 떨어져요. 시청자들은 그냥 걔들이 나오는 걸로 감지덕지니까요.
당신들이 감지덕지 아니고?
핏.
영화 얘기를 해볼 생각은 안해봤나요? 명색이 영화 배우인데.
왜 안했겠어요. 해도 그냥저냥 별 재미 있는 얘기가 안나와요.
왜 그럴까요?
아무래도 배우들이 자기가 출연한 영화의 미덕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에이, 모르겠어요.
발언할 기회를 안주니까 그런거겠죠.
여보세요!
네?
버라이어티쇼에 나와서 영화 얘기 할 생각했으면 애초부터 나오질 말았어야죠.
애시당초 나온 게 번짓수가 틀렸다는 건가요?
두말 하면 잔소리죠.
그럼 명색이 영화배우들이 영화 얘기를 할 기회는 없는건가요?
영화 소개 프로그램 있잖아요.
거긴 이미 개그맨들이 다 장악했잖아요.
그건 편성팀에서 따지세요. 저 바쁘거든용?
편성팀은 어딨나요?
방송국 대표 전화로 거시면 가르쳐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