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BS
화제의 프로그램 tvN '재밌는 TV 롤러코스터'에서 얼마 전까지 막장드라마를 제대로 패러디해 대박 웃음을 선사했다. 가장 최근 필자를 포복절도하게 했던 스토리는 막장의 모든 요소를 다 지나 한 아이에게 엄마 둘, 아빠 둘이 생겼는데 '니 것 내 것 구분할 필요 뭐 있냐, 다 같이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의 어이만발 결론이었다.
신종 드라마 장르로 분류해도 될 만큼 이제 막장 스토리는 대세(?)가 됐다. 일부 작가들이 선구자 역할을 한 덕에 워낙 다양한 막장 드라마들이 나오고 있어서, 이제는 웬만한 막장 컨셉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러려니 하려고 했는데, 얼마 전 SBS '천사의 유혹'을 본 후 코멘터리를 달고 싶어졌다.
스토리는 이렇다. 어릴 적 아버지를 죽게 한 원수 집안의 아들과 결혼한 후 교통사고를 당한 남편을 죽이려 하고, 내연남과 함께 재산을 빼돌리는 등 '복수'를 하는 설정. 그런데 복수가 또 하나 있다. 바로 그런 아내에 대한 남편의 복수가 그것. 전신성형을 통해 외형상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난 남편이 아내를 유혹해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덕분에 '천사의 유혹'은 방송 첫 회부터 막장드라마의 최고봉이란 수식어를 달았다.
사실 '천사의 유혹'은 SBS가 대놓고 '아내의 유혹' 후속작이라는 느낌을 줬다. 일단 제목부터가 시리즈 1탄과 2탄을 보는 듯하고, 설정과 캐릭터가 너무나 비슷하다. 뭐, 같은 작가가 썼으니 자기 작품 복제에 대해 뭐라고 비판할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다, 싶다. 아내의 유혹과 천사의 유혹을 비교해보면 이렇다.
일단, 부부 관계로 얽힌 사람들의 복수다. 상대에 의해 죽을 뻔하였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후 복수를 감행하는 것. 어찌나 불사조처럼 잘들 살아나는지 참 대단하다.
두번째, 불륜 혹은 내연의 관계가 등장한다. 아내의 유혹은 불륜 때문에 복수가 시작됐고, 천사의 유혹은 불륜이 복수의 시작점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긴 하지만, 불륜 상대와 함께 악행을 저지르는 건 똑같다.
세번째, 성형의 힘을 빌린다. 전작 아내의 유혹에서 점 하나 찍고 다른 인물인 척 했던 게 워낙 코미디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던 탓인지 천사의 유혹에서는 전신성형을 한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처럼 같은 인물의 BEFORE, AFTER도 아니고 아예 다른 남자 배우가 등장한다. 장서희가 1인2역을 했던 아내의 유혹과 달리 천사의 유혹에서는 한상진과 배수빈이 2인1역을 한다. 천사의 유혹 속 우리나라 성형술, 참으로 놀랍다. 병원에서 붕대를 풀고 전혀 다른 얼굴로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 '페이스오프'를 보는 것 같다.
네번째, 잘나가는 집안의 경제적 몰락이 복수의 과정에 포함된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머니를 잃는 게 가장 괴로운 일인가보다.
다섯째, 조건 없이 복수를 도와주는 착하고 멋지고 예쁜 조력자가 있다. 그리고 그 조력자와 러브라인은 필수다. 아내의 유혹의 이재황 캐릭터를 천사의 유혹에서는 홍수현이 이어받아 주인공을 도와준다.
천사의 유혹은 선덕여왕과의 대결을 피하기 위해 방송시간대를 옮겨가면서까지 SBS가 야심차게(?) 시작한 드라마다. 이미 숱한 막장 논란 속에도 40%가 넘는 시청률 기록으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인식이 강했던 아내의 유혹처럼 천사의 유혹도 10%가 넘는 시청률로 시작해 갈수록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알 수 없는 게 시청자 마음이다. 막장, 도대체 어디까지 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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