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섹스에 관심이 많다. 칼럼을 쓰면서도 그걸 실감하는 게, 내가 모 웹진에 기고하고 있는 글들을 조회순으로 재정렬해보니, 섹스>에로스>연애 순으로 순위가 나왔다. 올초 개인 블로그에 <쌍화점>의 정사신을 나름대로 분석한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 덕에 반년이 넘도록 ‘섹스신’이 블로그 유입 키워드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니 독자들을 낚는다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가. 살짝 노골적으로 야한 글이나 적당히 솔직한 연애사의 역경 등을 써 올리면 금세 인기 필자, 파워블로거를 꿰어 찰 일이다.
이번주 개봉하는 <S러버>의 애쉬튼 커처와 감독 데이빗 맥킨지도 그걸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초반부터 애쉬튼 커처의 늘씬 탄탄한 몸매가 전시되고, 각종 체위를 선보이는 노골적인 섹스신이 지겹도록 나열된다. 원제 ‘SPREAD’의 ‘S’만 살짝 따와 <S러버>로 제목을 바꾼 걸로 봐선 이 영화의 수입사도 마찬가지다. 남녀간의 성애만큼 관객들의 호기심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것은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극장문을 나서며 천박하네 자극적이네 ‘에헴’하실 분들도 계실 터이지만 말이다.(성에 대한 이런 이중적 태도는 너무 익숙해서 별일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S러버>를 단순히 야하고 노골적인 성애 영화로만 치부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이 영화는 멀쩡한 허우대로 상류 사회의 여성들을 등쳐 먹던 한 멍청한 훈남(실제 열여섯 연상의 데미 무어와 사는 애쉬튼 커처의 이미지가 그러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직접 제작한 이 친구는 그 이미지에 흔쾌히 화답할만큼 영악하다.)의 성장 영화에 가깝다고 봐야 옳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재력과 미모를 갖춘 여성을 낚은 덕분에 럭셔리한 집에서 호의호식하던 젊은 친구 니키가 자신에게만 올인하기를 바라는 스폰서의 기대를 저버리고 끝내 선수 기질을 못버린 탓에 패가망신하는 얘기다. 그 사이, 육체적인 것을 넘어선 어떤 진정한 사랑의 의미도 확인한다는, 그런 빤한 스토리다.
그럼에도 이 영화 <S러버>에 의미 부여를 하고 싶은 대목은, 감독 데이빗 맥킨지가 관객들의 관음증을 충족시켜주는 듯한 포즈를 취하면서도, 애정이나 섹스 이면의 '역학 관계', 그러니까 나름의 성정치학적 통찰을 풀어 놓는다는 데 있다. 남녀간의 사랑조차 돈이라는 현실 권력에 포획되는, 일종의 먹고 먹히는 남녀간의 정글 법칙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섹스가 일종의 상품처럼 교환의 대상이 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듯, 당사자들이 짐짓 그게 아닌 척 하다가 쉽게 상처 받는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걸 너무 자연스럽게 여긴 나머지 추해지는 '동물'들의 이야기로 풀어낸 이 영화가, 그래서 차라리 신선해 보인다.
이런 거야, 저 LA 비버리힐스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리기에 영화가 남기는 여운은 꽤 강렬하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눈 앞의 이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가. 얼마나 자주 대화를 나눌 인격체를 야동 속의 주인공과 헷갈리며 사는가. “10점 만점에 10점~!” 유행가 노랫말처럼 누군가의 성적 매력에 점수를 매기는 데 익숙해 있는가. 어느 선수의 패가망신 스토리를 보면서 이런 쓸데 없는 생각까지 품게 만든 건, 영화의 모든 허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