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그간 뜸했습니다. ^^ 블로깅도 뭔가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얼마전까지 창간 1주년 기념호를 만들어내느라 좀 정신이 없었거든요. 휏휏~ 영국 라이선스 매거진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이하 <데이즈드>)를 한국에 들여 와 창간한 지 벌써 1년입니다.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벌써 1년이라니 ㅠ.ㅠ 왜 눈물이 나는건지. 흑흑..  아무튼, 어제 13번째의 잡지인 <데이즈드>가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한장 한장 넘기다 보니, 아쉬움도 물론 많지만, 뿌듯한 페이지도 몇몇 있네요.  그 중 하나가 바로 5명의 셀러브리티(뮤지션 이상은, 타이건 JK, 배우이자 사진가인 조민기, 디자이너 정욱준, 아티스트 박미나)가 스페셜 게스트 에디터로 참여한 특집 기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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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진진했던 게스트에디터는 바로 타이거 jk였습니다. 아버지가 기자 출신이시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답니다. 보고 자란 것이 있어서인지, 그는 참으로 훌륭하게 이 작업을 처리해냈답니다. 기획부터 섭외, 촬영 컨셉트 확정, 촬영 진행, 기사 작성까지. 다 혼자서 해치우는 '저력'을 발휘했죠. 결과물은 윤도현 밴드와 리쌍, 그리고 모 여배우에 대한 인터뷰 형식으로 나왔습니다만. 처음 리스트는 김제동, 윤도현, 리쌍 등이었죠. 당연히 할 수 있을거라 믿었나봅니다. 한데 섭외에 응한 이는 윤도현과 리쌍 뿐. 타이거 JK는 갓 수습을 뗀 초보기자처럼 잔뜩 풀이 죽어 '자학모드'에 들어가기 시작했죠. "처음엔 다 그런거야"라며 등이라도 톡톡 두드려주고 싶을 만큼요. 결국 그는 스케줄 상 도저히 인터뷰가 불가했던 여배우를 '가상의 여배우'로 촬영진행하고 글을 쓰는 방식으로 해결하면서, 어쨌든 자신의 배당을 가뿐히 해치워버렸답니다. 뚝딱 쓴 원고를 마감일 이전에 날린 것이나, 이후에도 계속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놓지못해 계속 수정을 요구해 오는 꼼꼼함까지. 정말 그를 위해 책상을 하나 비워놓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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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내용은, 타이거 JK가 직접 촬영 진행하고 글을 쓴 원고입니다. 요즘 이런저런 화두로 도마 위에 올라있던 윤도현의 상황을, 지인으로서의 주관과 게스트에디터로서의 객관을 잘 버무려, 그럴 듯한 기사로 완성했답니다. 타이거 JK의 진심이 담긴 인터뷰,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올립니다.

WHY BE? TO COEX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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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옆에서 목격한 윤도현의 색깔은, 빨간색도 혹은 파란색도 아닌 하얀색이다. 사람들은 하얀 그의 얼굴에 색칠을 하고, 낙서를 한다. 때로는 가꾸어주려 꾸며주고, 때로는 침을 뱉고 염분을 뿌린다. 옆에서 보는 나는 답답해하고, 대신 억울해한다. 더럽혀진 그의 얼굴에 물을 뿌려주려 하지만, 윤도현은 그냥 통기타를 짊어지고 노래한다. 처음 윤밴과 마주친 날은 아주 더운 한여름, 어느 지방 공개방송에서 풍선들이 파도 치는 관중 앞편, 무대 뒤편의 구석 천막에서였다. 밴드들은 무덤덤하게 악기를 닦고, 튜닝을 마치고, 무릎을 치며 장단을 맞추고, 윤도현은 “어! 아!”거리며 목을 풀고 있었다. 좀 어려보이는 후배들은 인사하지 않았다. 스타들은 그들을 지나쳐갔다. 하지만 윤밴은 즐겁게 웃고, 노래하고, 연주하고 자기들 차례를 기다렸다.

같은 처지이던 날 반갑게 맞아주고, 우린 어느덧 형제 같은 사이가 됐다. 내가 아는 진실은 이것이다. 윤밴은 연주하고 노래 부를 수 있는 곳으로, 또 그들을 원하는 관객이 있는 곳으로 여행 다니는 ‘blues travelers’다. 항상 만나면 음악 이야기를 한다. 아주 시시하게, “나 이런 곡 나왔어. 아, 아!” 그리고 노래한다. 자기가 쓴 노랫말과 멜로디에 킥킥거리며, 함께 하자고 한다. 가끔 이런저런 기사들이 메인에 떠서 윤밴이 사회의 적이 되었을 때, 많은 누리꾼의 밥이 되어 꼭꼭 씹힐 때, 그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 특유의 무덤덤한 톤으로 윤도현은 말한다. “나 그런 인터뷰한 적 없는데. 염병~.” 그리곤 또 기타 들고 노래한다.

술에 취해서 어깨동무하고 거리를 다니며 소리 지르고, 가끔 알아봐 주는 이들에게 “고맙습니다” 하며, 가끔 무례한 취객에게도 하이파이브를 날리고 “rock n roll!”을 외치며 그들을 웃기는 윤도현은 동네 형 같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동네 형. 특히 소외되거나 왕따 당하는 것 같은 사람들에게 정이 많고, 오해받는 이들의 오해를 풀어주려 노력한다. 노브레인, 크라잉넛부터 김C, 강산에, 그리고 전인권 선배님까지 난 윤도현을 통해서 만났다. 많은 장르의 음악인들에게 연결고리가 되어 주기도 하고, 전혀 다른 계통의 인간들을 친구가 되게 해준다.

정작 자신은 숫기없고, 오해받고 무시당할 때 아무 말 못한다. 말하지 않는다. ‘overnight sensation’으로 사랑 받을 때도 윤도현은 한결같았다. 전혀 우쭐하거나, “기회가 왔구나”라며 피식거리지 않았다. 윤도현밴드는 단순히 월드컵을 응원했다. 아니 진실이 담긴 응원 소리였다. 연주가 즐거웠고, 분위기가 사랑스러웠고, 열정에 목말라하던 형들은 그저 같이 기뻐했다. 많은 방송과 광고판까지 휩쓸 때, 비판자들은 음악인으로서 그가 외도했다고 했고, 실제론 정치적이지 않은 그가 어느새 혁명가가 되고, 공공의 적이 되었다.

정이 많은 윤도현은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활동할 기회를 주었다. 생각보다 작은 회사에 있는 그는 회사의 가장 노릇을 하고, 열심히 살림했다. 기타, 피아노, 드럼까지 연주하는 재주꾼이고, 영원한 소년이다. 나랑 어울리며 랩질하고, 비보이들과 어울리며 춤질하고, 여러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이런 윤도현의 모습을 기회주의자라고 질타했다. 윤도현은 그저 꿈 많은 어린 소년이었을 뿐인데. 아름다운 아내 자랑하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면 지루할 정도로 길어지고, 딸과 아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도 자상한 남편이고 아버지다. 그는 혼자 냇가에 가서 노래하고, 엄마한테 가서 김치 얻어먹고, 나한테 자랑한다. 최고의 김치를 당신의 어머니께서 만드신다고, 한번 먹어보라고. 윤도현 아내의 눈물, 딸의 울음소리를 난 느낀다. ‘잘 되고 있는 놈이 뭘 그리 헝그리한 척하냐’고 모두 손가락질하지만, 윤도현은 녹음실에서 먹고 자고, 시골 산에 박혀 소리 지르고, 작은 앰프에 신기해하며 기타치고, 음악, 음악, 음악만 말하는 촌놈이다.

요즘은 그 하얗던 윤도현이 약간 누렇게 빛바래 있다. 너무도 완벽하게,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한 운이 찾아와, 윤도현은 사람들이 칠해준 색깔을 모른 채 노래했고, 그 색깔이 싫어진 사람들은 이제 윤도현을 욕한다. 아무것도 모르던 꼬마 로커 윤도현은 이제 눈치 채려고 한다. 하지만 끝까지 대답하지 않는다. 옆에서 보는 난 정말 억울하고 답답한데. 어쩌면 이런 윤도현의 한결같은 태도, 무뚝뚝함, 저항 아닌 저항이 윤도현에겐 최고의 용기일 수도 있다. 아직도 널 필요로 하는 팬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고 노래하라. (wrriten by tiger 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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