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가 터졌다. 개봉 첫 주말 143만 명.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450만 명까지 가기엔 아직 턱없이 모자라지만, 출발이 이 정도면 괜찮다. 분위기를 타면 순식간이다. 대개들 대박을 치는 영화의 경우, 500만 명까지 영화의 힘으로 가고, 그 다음부터는 분위기의 힘으로 간다고 한다. 공론화의 힘이 그래서 무섭다. 그 힘은, 기성세대에겐 광주에 대한 부채감일 수 있고, 어린 세대에겐 경악할 만한 역사적 비극에 대한 새삼스러운 발견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화려한 휴가>를 둘러싼 기류에는 그 전조가 엿보인다.
비록 앞서 개봉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오프닝 성적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지만 <화려한 휴가>의 첫 주말 1위 등극은 산업적으로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최근 부진의 늪에 허덕이던 한국영화계에 기사회생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영화로는 지난 4월 <극락도 살인사건> 이후 3개월여 만에 명실상부한 흥행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의기소침해진 영화계 분위기에 어느 정도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필자는 무조건 한국영화가 잘돼야 한다는 문화국수주의적 기준을 들이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영화산업에도 경락 마사지가 필요한 시점이 있다. 지금이 그 시점이고, <화려한 휴가> 정도의 영화라면 일종의 구원투수로 나서는 것도 괜찮다고 믿는다. 일부 관객들 사이에선 오히려 '이런 영화는 봐줘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에 다소의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런 관점에 대한 내 견해는 이렇다. 역사적 부채감에 의한 공중의 강박은, 대규모 광고 공세에 휘둘린 최면 효과보다 더 나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적어도 그런 강박이 무의식이 아니라 의식의 세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이하드 4.0>은 1위 자리에서 밀려나긴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흥행세를 유지하고 있다. 개봉 2주차에 벌써 250만 명을 돌파했으니, 300만 명은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 방학 시즌을 틈타고 개봉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가 3위로 데뷔했다. 재미와 작품성 면에서 고른 호평을 듣고 있는만큼 롱런 여부가 주목된다. <트랜스포머>는 순위는 대폭 하락했으나 시나브로 700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생각많은 블록버스터라 400만까지는 아무래도 무리라는 필자의 예측이 맞아 떨어지는 분위기다(좋아해야 할지 안타까워야 해야 할지 헛갈리다^^).
<화려한 휴가>가 1위 한 것은 축하받을 일이로되 나머지 한국영화의 개봉 성적은 처참하다. 공포영화 <므이>가 재편집끝에 개봉일을 미룬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첫 주말 12만 7천 명. 이 정도면 참패다. 인기 아이들그룹 슈퍼주니어가 대거 출연한 <꽃미남 연쇄 테러 사건>의 흥행 성적은 언급하기조차 민망하다. 영화는 그리 나쁘지 않다는 소문인데, 가수들이 나오면 왠지 싼티가 나는 게 문제다. 기획 가수들의 기획 영화 나들이는 어제나 저제나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옵션이라는 점을 다시한번 입증해 보인 사례가 됐다. 차라리 김기덕이나 홍상수 영화에 나오면 모를까.
국내주말 박스오피스(2007.07.27~29)
순위 작품명 서울주말 전국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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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려한 휴가 294,000 1,434,000
2 다이하드4.0 106,900 2,566,600
3 라따뚜이 85,800 300,600
4 트랜스포머 66,000 6,879,000
5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 61,300 3,371,300
6 에반 올마이티 36,000 146,000
7 므이 23,600 127,300
8 샴 15,000 491,000
9 꽃미남연쇄테러사건 11,100 70,400
10 뉴욕남자 파리여자 5,200 40,600
#이 박스오피스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과 관련이 없으며 기자의 별도 취재를 통해 확인한 각 영화의 실제 동원 관객수(근사치)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