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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매력적인 주인공이 미친 듯 쫓겨 다니는 영화 치고 시선을 끌지 않는 경우 별로 없다. 일찍이 '본' 시리즈나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등이 입증해 보였듯 연약한 듯 강인한 주인공을 집어 삼킬 듯 다가오는 외부의 압도적 위협은 거꾸로 객석의 흥미를 돋우기에 더 없이 안성맞춤인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위험이 상존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관객은, 스크린을 통해 조장된, 그러나 개연성 넘치는 상황에 처한 주인공에게 흔쾌히 감정이입하며 속으로 '고고씽'을 외치게 되기 마련이다.


스필버그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졸지에 '쫓겨다니기 전문 배우'가 된 샤이어 라보프'가 또 한번 '도망 다니기'에 바쁜 역할로 등장한 <이글 아이> 역시, 그러므로 흥행하지 않으면 이상한 영화다. 친절하게도 남녀 짝지어 쫓겨 다니며 살짝 로맨틱 조미료 첨가된 데다, '꼭지가 돈' 주인공의 헐크적 반전까지, 도망 다니기 영화의 전형적 요소를 충실히 갖췄다. 그러니 하나도 이상하지 않게도 개봉 첫 주말 가볍게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쥐었다.

휴대폰과 CCTV등의 시청각적 네트워크를 장악한 실체 모호한 빅브라더가 주인공을 부처님 손바닥처럼 들여다본다는 설정은 여러모로 <본>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허나 국가 권력의 부도덕성을 장르 영화적 쾌감에 담아 갈파한 <본> 시리즈에 비하면 <이글아이>는 차라리 애들 장난 처럼 보이는 구석이 작지 않다.

특히 자신이 고안한 첨단 네트워크에 뒷통수를 맞은 국가 권력이 미필적 고의의 애국심을 발휘한 주인공의 아날로그적 살신성인에 힙입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탈출한다는 매우 '나이브'한 플롯은, 극장 문 밖으로까지 가지고 나갈만한 마지막 잔상의 실마리를 집어 삼킨다. 한마디로, <이글 아이>는 네트워크의 물신성을 경고하는 시늉만 하고 성찰은 엿바꿔 먹은, 또 한 편의 롤러코스터 어드벤처일 뿐이다.

뭐, 오락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으니 그걸로 된 게 아니냐, 한다면 지당하신 말씀이다. 다만, 똑같은 8천 원을 내고 봐도 플러스 알파를 원하는 것도 관객의 지당한 욕심일 터이니, <이글아이>가 <다크나이트>처럼 흥행과 평가 면에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길 일은 기대난망이라는 얘기다.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2008.10.10~12)

순위          작품명                     배급사              서울주말         전국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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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이글 아이                 CJ                     177,000           643,000
2위           맘마미아                  UPI                    57,000          3,898,000
3위           모던보이                  CJ                       40,000           672,000
4위           고고 70                    쇼박스                 36,970           512,430
5위           내 친구의 사생활       엠플러스               18,700            46,650
6위           비몽                        스튜디오2.0           18,360            50,580
7위           신기전                     CJ                       15,000        3,722,000
8위           영화는 영화다           스튜디오2.0           12,190        1,351,780
9위           미스 페티그루의...      N.E.W                  9,620            54,470
10위          바빌론 A.D.              폭스                     8,510           232,170
     
*순위는 서울 관객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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