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언론 시사회에서 영화 <고고 70>을 보고 난 뒤의 여운을 추스르지 못해 뭐든 다 알려준다는 네이버에 70년대 로큰롤 1세대를 대표한다는 밴드 '데블스'를 쳐봤다. 예상대로 네이버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모니터 가득 영화 주인공 '조승우'와 영화 제목 '고고 70'만 잔뜩 늘어 놓았다. 젠장.
그래도 미련을 떨구지 못한 채 스크롤의 압박을 견디며 한참 내려갔다. 허걱! 저 밑에 데블스의 음악 목록이 보인다. '그리운 건 너' '몰라요 몰라' '임의 노래' 등등...몇 곡 들어봤다. 한마디로, 실망이다. 늘어지는 리듬. 영화에서 한창 강조하던 그 쏘울, 그 휠링이 느껴지지 않는다. 당대 최고의 뮤지션이자 미 8군 무대 출신인 신중현에는 한참 못미친다(데블스는 기지촌 클럽 출신이라고 영화는 설명한다). 어쩌나. 영화 속의 데블스는 진짜 멋졌는데 말이다.
거꾸로, 그렇다면 <고고 70>은 대단한 영화다. 21세기의 네이버가 전해주지 못하는 데블스와, 그들이 상징하는 70년대를 독창적으로 재현해냈으니 말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음악적 재능 넘치는 조승우라는 배우가 있기에 가능했을테고 최호라는 걸출한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영화는 데블스를 통해 70년대 유신 독재의 유치찬란했던 감옥을 소환한 뒤, 그 감옥을 탈출하고 싶어 미치고 환장했던 '양아적 '젊은이들의 일탈 정신을 제대로, 그야말로 제대로 곱씹는다.
각하의 뜻을 국민에게 수행하느라 바빴던 당대 공권력의 무차별적 폭력, 차라리 죽고 싶어질 최루탄의 고통을 모르는 세대일지라도, 오늘날 자본에 포획된 대중문화의 천박한 동어반복에 일말의 질식감을 느낀 적이 있다면 <고고 70>은 당신에게 현재적 의미의 '쏘울'과 '휠링'을 선사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고고 70>을 지금껏 나온 한국 최고의 음악영화라고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