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말고는 얘기할 게 없는 극장가다. 예상대로 싹쓸이다. 당장 얼마나 들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첫 주말 서울에서 48만 명, 전국 누계는 185만 9천 명이다. 폭발적이라는 수사 외에는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5월 초 개봉해 255만 9천여 명을 첫 주말에 불러 모았던 <스파이더맨 3>나 5월 24일 개봉, 271만 명을 동원했던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의 오프닝 스코어에는 왕창 못미치는 기록이다.
사실 세 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오프닝 스코어를 수평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스파이더맨 3>는 어린이날 특수를 톡톡히 누린데다 4월 비수기에서 탈출하려는 극장들과 배급사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816개라는 전무한 규모의 스크린을 확보했고, <캐리비안의 해적> 역시 912개 스크린이라는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를 펼친 데 반해, <트랜스포머>의 650개 스크린은 차라리 수줍어 보인다(물론 <검은집>이나 <슈렉>등과 스크린을 배분해야 하는 CJ의 라인업 사정이 작용했겠지만...).
어쨌든 주말 사흘동안의 서울 관객수만을 비교해 본다면 <트랜스포머>가 <스파이더맨 3>보다 오히려 2만 8천여 명 정도 더 많고,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의 서울 오프닝 관객수(47만 4천여 명)도 웃도는 수준이다. 전야제 등 공식 개봉일에 앞서 프린트를 서둘러 영사기에 건 극장 관객수를 제외하고 주말 사흘동안의 전국 관객수만을 비교해 보면 이렇다. <트랜스포머> 154만 명, <스파이더맨 3> 168만 명,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161만 명.
<트랜스포머>에 대한 초기 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라고 말하면 마니아들에게 돌 맞을 일이고 일단은 전폭적이다. 10명 중 9명은 기깔나게 재밌다고 침을 튀기는 수준. 다만 중반 이후 살짝 김이 샌다는 얘기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니 앞으로의 흥행 추이는 조금 두고 볼 일이다.
아무튼 이런 초반 끗발이라면 <스파이더맨 3>와 <캐리비안의 해적>에 필적할만한 흥행세를 만들어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다음 흥행 바통을 이어 받을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 개봉할 때까지 아직 열흘 가까이 남았으니 그 때까지는 <트랜스포머>의 무주공산 초토화가 계속될 게 분명하다.
이제 500만 클럽은 할리우드의 전유물이 되는건가. '원래 저 스코어는 우리들만의 것이었는데...'하며 마른 침만 꼴깍 삼키는 한국영화의 표정이 처량하다. 어렵사리 100만을 넘긴 <검은 집>이 외로이 위안이 되고 있다.
주목할만한 것은 배급사 CJ의 맹활약이다. 비록 할리우드 제휴사 드림웍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지만 여름 시장에서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데다, 최근 최대의 라이벌 배급사 쇼박스가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 등의 배급권을 CJ로 넘기기로 한 정황으로 봐선, CJ가 올 여름을 통과하며 더욱 견고한 배급 시장의 우위를 확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CJ의 일등주의가 무서운 건지, 전반적인 불황기에 접어든 시장 상황을 보며 쇼박스가 슬쩍 발을 뺄 채비를 하고 있는건지,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다. 어쨌든 조만간 배급시장의 판도가 요동칠 것 같다.
덧붙임) 아래 도표에 왜 4위까지만 표시돼 있냐고 볼멘 소리를 하실 분들 계실 거다. 5위 아래로는 모두 1만 명 이하 관객수를 동원했기 때문에 크게 변별력이 없는데다 손도 아프고 해서 포기했다.
순위 작품명 배급사 스크린수 서울주말 전국 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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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트랜스포머 CJ 650 488,000 1,859,000
2위 검은집 CJ 295 67,000 1,001,000
3위 오션스 13 워너 180 45,700 1,256,600
4위 슈렉 3 CJ 267 22,000 2,679,000
*순위에 포함되지 않은 주요 한국영화의 7월 1일까지 누계 관객은 다음과 같다.
<밀양> 167만 7천 명
<황진이> 124만 8천 명
<두번째 사랑> 8만 4천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