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두시 <놈놈놈> 기자/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최광희 선배께서 <놈놈놈> 영화평을 올리셨는데,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으나 영화를 못본 난 당일 극장 바깥에서 일어난 일들이나 하릴없이 읊조릴까 한다. 뭐 새로운 영화 <영화못본 놈, 돈도없는 놈, 표나파는 놈>에 대한 영화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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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지가 용산 CGV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30분. 한창 기자들이 몰려 정신없을 시간이긴 했지만 줄이 길어도 너무 길었다. 대략 300여 명 정도가 줄을 서서 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좀처럼 줄이 줄어들질 않았다. 무슨 일인가 앞쪽으로 가 봤더니 벌써 표가 다 떨어졌단다. 1200 장이나 되는 표를 준비했다는 데 벌써 다 나갔다고. 대한민국에 영화를 취재하는 기자와 배급하시는 분들이 1200명이나 된다는 사실, 그리고도 못 들어가 줄을 선 채 기다리는 이들이 300여 명, 그럼 모두 합치면 1500여 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뿐이었다.

결국 홍보팀은 "오늘은 도저히 방법이 없으니 내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한 번 기자시사회를 갖겠다"는 안내 멘트를 날렸다. 그것도 그냥은 안 된다. 왔다가 영화를 못보고 되돌아갔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명함을 내고 가는 기자들만 다음 날 참석할 수 있다는 조건, 그들의 배려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리하여 필자는 1500여 명의 대한민국 영화 담당 기자와 영화배급관계자 가운데 선발된 300여 명의 '영화못본 놈' 중 한 명이 되고 말았다. 어찌하겠는가, 두 시까지 모이라면 한 열두시쯤 일찍 와서 기다려야하는 데 한시 반에 온 게 죄라면 죄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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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데 뒤편에선 누군가 암표를 팔고 있었던 것. <놈놈놈>이 얼마나 대작인가를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취재를 해야 하는 기자들과 배급을 해야 하는 배급관계자들을 위한 기자/배급 시사회 현장에 암표상까지 등장하다니. "어떻게 표를 구했습니까?" 암표상 가운데 한 명에게 물었다. 그러자 "일찍 와서 줄 서서 받았다"고 얘기한다. 아마도 몰려드는 인파를 정신없이 맞이하던 홍보팀 관계자가 명함을 받고 표를 주는 과정을 꼼꼼히 챙기지 못해 암표상들까지 표를 몇 장씩 받을 수 있었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을 물어보니 일본 관광객에겐 10만 원씩 받고 팔았는데 이제 곧 시작이니 만 원만 내란다. 그래 만 원만 있으면 <놈놈놈>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기자가 만 원을 주고 표를 사서 기자시사회에 들어 갈 순 없는 일. 그리하여 또 다시 필자는 <놈놈놈>을 보지 못했으니, 순식간에 '돈도없는 놈' 이 되고 만 셈이다.

어쩌면 누군가 암표를 사서 시사회에 들어간 기자도 있을 지도 모른다. 필자의 경우 주간신문에 근무하고 있어 여유가 있지만 인터넷 매체나 일간지, 또한 각종 연예정보프로그램 소속 기자나 PD들은 시사회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기사도 쓸 수가 없다. 경쟁 매체에선 실시간으로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데 자기만 기사를 쓰지 못한다면 소위 '물을 먹는' 것으로 사무실에 들어가면 불호령이 떨어질 게 뻔 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암표라도 사서 취재를 해야 했던 기자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물론 홍보팀에 외마디 항변은 했다. "대한민국에 영화 담당 기자랑 배급관계자가 1200명이나 된다는 게 말이 되냐?" "차라리 홍보팀이 암표라도 사서 기자들에게 표를 나눠줘라" "우리가 일하러 온 사람들이지 공짜로 영화 보여주니까 신나서 온 사람들인 줄 아냐?" 등등...

홍보팀 관계자는 거듭 사과의 말을 전했지만 그들이 정말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1200장이나 되는 티켓을 준비하고도 기자나 배급관계자(나중에 보니 평론가 선생님들도 못 들어가셨던데)들이 다 못 들어갔다는 얘기는 조직적으로 표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는 곧 기자나 배급관계자 등 기자/배급 시사회와 직접 관계되지 않은 일반인들이 훨씬 더 많이 그 안에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나중에 보니 일본인 중년 여성들도 수백 명은 돼 보였다.

당연히 매끄럽지 못한 시사회를 비판하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가장 눈길을 끈 기사는 세계일보에 실린 기사였는데 이 기사에 등장한 시사회 주최 측의 입장은 "아직 정확하게 파악 중이지만 일부 기자들이 티켓을 받아 일본 팬들에게 판매한 것 같다" 였다. 결국 1200장이나 표를 준비했는데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던 기자들에게 하고픈 그들의 이야기는 '니들이 표 받아서 팔아먹었기 때문 아니냐?'인 셈. 결국 모든 게 기자 탓, 기자들이 '표나파는 놈' 이란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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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아래 마지막 문단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꺼리는 분들은 절대 읽지 마시길...
* 공지 - 문제의 스포일러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다시 그날을 생각하니 다소 과격한 글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다시 영화 <놈놈놈>으로 돌아가자. 여기서 필자는 영화 <놈놈놈>의 결말과 관계된 스포일러 성 글을 쓸까 한다. 기자시사회에 들어가지 못해 영화도 못 본 기자가 쓰는 스포일러 성 글, 우습지만 중요한 할 얘기가 있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하려한다.

시사회가 끝난 뒤 구름 같은 인파가 극장을 빠져나왔다. 이 가운데에는 일본인 중년 여성들도 상당수가 눈에 띄었다. 이 가운데 몇몇과 어렵게 대화를 시도했는데(필자가 일본어를 못하는 까닭에 일본어를 하는 동료 기자의 도움을 받았는데 예상외로 그들이 한국어를 곧잘 했다. 역시 한류의 힘이란 대단했다.) 이들 중에는 하루 전날 있었던 이병헌 팬 미팅에서 이미 <놈놈놈>을 봤던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한 일본인 중년 여성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접했다. 전날 이병헌 팬 미팅에서 본 <놈놈놈>의 결말과 기자시사회에서 본 <놈놈놈>의 결말이 다르다는 것.

본래 이 글의 원문에선 결말의 내용에 대한 비교적 결정적인 언급이 들어 있었다. 이로 인해 이글은 스포일러가 됐고 필자를 질타하는 수많은 댓글들이 이어지는 결과를 불러왔다. 그런 질타를 충분히 받아들이며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이병헌의 일본 팬들에게 먼저 영화를 공개했다는 부분, 그리고 그 버전과 실제 개봉 버전의 결말이 서로 다르다는 부분을 얘기하고 싶었는데 이를 위해선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봤다. 왜 하필 이병헌의 일본 팬들에게 문제의 버전을 보여줬는지를 얘기하려면 결말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이게 엄청난 스포일러가 되고 말았다. 그날 극장 앞에서 상이한 결말을 언급하며 "우리를 배려해주는 건 좋은 데 영화의 결말까지 바꾸다니 참 신기한 일"이라 얘기하는 일본 관광객의 지적에 살짝 빈정이 상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필자에게 두 버전의 결말에 대해 얘기해준 일본 관광객의 설명도 실제 영화 내용과는 약간 차이가 있던 모양이다. 댓글에도 그런 내용의 글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 일본 팬이 영화를 다소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따라서 스포일러라고 보기에는 필자가 언급한 두 버전의 결말이 실제 영화의 결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게 영화사 측의 설명이다.

또한 영화사 측의 설명에 따르면 문제의 이병헌 일본 팬 대상 시사회에서 공개된 버전은 칸 영화제 버전이라고 한다. 국내 개봉 버전은 국내 관객들에게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칸 버전으로 이병헌 일본 팬 대상 시사회를 열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필자는 이런 설명을 받아 들이려 한다. 그럼에도 일본 중년 여성팬의 지적처럼 의도적인 배려가 아니었나 싶은 의혹이 깨끗이 지워지진 않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과연 일본에서 <놈놈놈>이 개봉될 때는 과연 어떤 버전이 개봉될까 하는 궁금증이 문득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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