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관객 가뭄으로 봄철 극장가가 아무리 파리를 날리고 있다 해도 예외가 있다. 볼거리는 된다. 이럴 때일 수록 '죽이는 이야기'보다 '죽이는 볼거리'가 약발이 세게 먹히게 돼 있다. 물론 볼거리에 홀려 관람권을 샀다가 빈곤한 이야기에 땅을 치며 후회하는 사례가 일어난다 할지라도, 볼거리 그 자체는 거대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주말 두 편의 '볼거리' 영화가 나란히 흥행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으니, 한편은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대규모 '쌈박질 스펙터클'로, 또 한편은 젊은 육체들의 '댄스 스펙터클'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이 즈음 <300>이 '스빠르따~' 열풍을 일으키더니 할리우드 기획자들 사이에 봄에는 옛날 옛적 이야기로 관객을 홀리면 된다는 흥행 공식이 생겼나 보다. 이번엔 고대 그리스를 넘어 내친 김에 선사 시대까지 갔다. '만 비씨'라고 해야 할지, '기원전 1만년'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영어식으로 '텐 따우선드 비씨'라 불러야 할지 제목 읽기부터 헛갈리는 <10,000 BC>는 그 따위가 뭐가 문제냐는 듯 스펙터클에 목이 마른 봄철 관객들을 매머드급으로 삼키셨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대박급 흥행은 못됐다. 첫 주말 전국 누계 52만여 명. 각각 70만 명 안팎의 관객수를 챙긴 바 있는 <점퍼>와 <추격자>의 오프닝 스코어에 한참 모자란 수치다. 초반 끗발이 괜찮았던 '어정쩡한 볼거리 영화' <점퍼>가 170만 명을 모은 선에서 순위권에서 사라진 걸 감안한다면 이 영화는 15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반짝 흥행에 머물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어쨌든 적어도 한 주 전 30% 가까이 떨어진 극장 관객수를 10% 정도 다시 끌어 올리는 일등공신이 된 것만큼은 분명하다. 오케이, 그대의 할일은 여기까지. 간을 본 극장들은 발빠르게 이번주 개봉하는 <숙명>이나 <천일의 스캔들>을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흥행 정상 등극이 기정사실이었던 <10,000 BC>에 비하면 할리우드 춤 영화 <스텝업 2: 더 스트리트>가 2위에 랭크된 것은 차라리 신선해 보인다. 누구나 알만한 대중적인 스타가 나오지 않지만 젊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 '춤의 스펙터클'로 첫 주말 35만 관객을 공략했으니 비수기 틈새를 제대로 파고 든 셈이다. 전편도 아주 폭발적이진 않았어도 꽤 쏠쏠한 반응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추격자>는 4주만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바야흐로 400만을 돌파했다. 올 들어 <우생순> 이후 두번째 400만 클럽 가입이다. 질주하던 흥행세가 거북이 걸음으로 바뀌었지만 뒷심이 한 두 주 정도는 더 갈 것 같은 기세다.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2008.3.14~16)
순위 작품명 서울 주말 전국누계
=================================================================
1위 10,000 BC 156,500 523,300
2위 스텝업 2-더 스트리트 106,500 353,500
3위 추격자 104,100 4,126,800
4위 밴티지 포인트 25,700 892,000
5위 바보 24,000 879,000
6위 허밍 18,300 63,900
7위 27번의 결혼 리허설 15,700 227,200
8위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13,100 134,700
9위 마이 뉴 파트너 9,500 234,300
10위 연을 쫓는 아이 4,000 8,100
*순위는 서울 관객수 기준
순위 작품명 서울 주말 전국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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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10,000 BC 156,500 523,300
2위 스텝업 2-더 스트리트 106,500 353,500
3위 추격자 104,100 4,126,800
4위 밴티지 포인트 25,700 892,000
5위 바보 24,000 879,000
6위 허밍 18,300 63,900
7위 27번의 결혼 리허설 15,700 227,200
8위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13,100 134,700
9위 마이 뉴 파트너 9,500 234,300
10위 연을 쫓는 아이 4,000 8,100
*순위는 서울 관객수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