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과 연애하는 싱글녀들에게 고함

애경's 3M+1W 2008. 2. 10. 23:06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한동안 잠잠하던 전화통에 또 불이 붙었습니다. <DAZED KOREA: 데이즈드 코리아> 5월 런칭을 위해 정신 없을 저를 배려하던 ‘하자 많은’ 싱글 친구들이 긴 연휴를 빌미로 ‘통화 정도는 괜찮겠지’ 싶었는지 안부를 겸한 전화를 걸어오더군요. 반가운 소식도 들었고, 이마에 내 천자 새겨지는 사연도 전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올리는 글에 적합한 주제일지는 모르겠으나, 하도 속이 터져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요는 이겁니다. 남자가 떠나간다! 왜? 이유는 명확합니다. 김동률도 노래하지 않았습니까.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라고. 다른 여자와 눈이 맞은 악랄한 상황이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니 미리 취하는 선량한 조처이건 간에, 정말로 사랑한다면 떠나지 않을 겁니다. 제 조언은 한결 같습니다. ‘잡지 마라. 잡는다고 잡히지도 않을뿐더러 잡을수록 더욱 달아나려고 안달할 것이다.’ 그런 남자들의 머리 속에는 온통 ‘어떻게 하면 이 찰거머리 같은 여자를 떼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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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문제는 ‘보내고 싶은데 보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바보 같은 줄 뻔히 알면서도, 정작 상처받는 건 본인이라는 걸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사실 이런 주제에 관한 카운셀링은, 해봐야 시간낭비요, 말하는 제 입만 아픕니다. 왜냐. 상대 남자가 유부남이기 때문입니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다는 건, 발목에 철근을 묶고 늪에 뛰어드는 행동과 다름없습니다. 처음엔 그저 ‘외로워서’ 시작했을 뿐인데, 점점 더 많이 집착하고 가슴 아파하고 안달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여자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겁니다. 게다가 하나같이 행동에 옮기지도 않을 거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방법’에 관해 물어옵니다. 명절 내내 지겹도록 짜집기 재방을 ‘스페셜’이란 타이틀로 틀어대는 공중파 tv 프로그램보다 더 진부한 주제입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나름 엘르 재직 시절 ‘연애&섹스’ 칼럼 담당으로 일하며 주워들은 노하우를 전수할 수 밖에요. 일단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라고 충고했습니다. 본인이 ‘나쁜년’이면 상대남자는 ‘최악질 나쁜 놈’입니다. 여자는 한 남자만 사랑하는 거지만, 남자는 최소 두 여자 자식이 있을 경우 그 이상을 사랑하는 겁니다. 그나마 그것이 ‘사랑’이면 땡큐감사겠으나 대부분은 ‘유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법’의 1단계는 바로 정을 떼는 겁니다. 전 그 남자에게 당당히 “부인하고 당장 이혼하고 나와 결혼해. 사랑한다면 그렇게 해”라고 요구하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그래…”라는 반응, 그렇게 바보 같이 배려하니 열이면 열 당하는 겁니다. 사랑? 개뿔. 설령 그 남자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더라도, 일단 이혼을 요구해야 합니다. 열이면 아홉은 ‘내가 집안의 장남이라…’ ‘난 이혼하면 다시 결혼은 안 할거야…’ 식의, 너무 구차해서 귀에서 구더기라도 나올 만한 핑계만 늘어놓을 겁니다.

그렇게 그 남자의 본심을 확인했다고 ‘절대 안 만나’라고 선언해선 안됩니다. 금지될수록 더욱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대신 평일 퇴근 이후 정기적인 취미를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충고했습니다. “기왕이면 벨리 댄스나 필라테스 등 몸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열정적인 것들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절대 빠지지 마. 혹시 그 남자를 만나려거든 꼭 수업을 듣고 만나. 그렇게 되면 그 남자가 ‘이제 그만 집에 들어가봐야 해서’ 오랜 시간 함께 있을 수 없을 거고, 두 사람만의 은밀한 공간으로 가는 일도 줄어들 테고, 그런 접촉이 뜸해지면 남자는 분명히 네게 이전보다 소홀해질거야.” 여자 입장에서야 오직 남자에게만 집중돼 있던 에너지가 취미생활로 분산되니, 남자만 생각하며 눈물 짓던 시간이 대폭 줄어들 것이 분명합니다. 어느 정도 단련이 되면 주말엔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겁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취미를 갖는 것, 그리고 자기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발견하는 것이 급선무. ‘어서 빨리 저 남자와의 관계를 정리해야해’라고 조급해 하는 것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여자가 병신 같고 걸레 같고 어쩌고 해서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거지 아햏햏’ 식의 악플들이 예상됩니다. 지금 셋째 아이를 임신한 채 남편과 너무나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제 절친한 친구 K도 한때 유부남을 사랑했었습니다. 한데 제 친구가 처음 만난 그 남자는 유부남이 아니었습니다. 철저히 총각 행세를 했고, 꽃바구니를 들고 회사까지 찾아오며 남자친구 행세를 했었더랬죠. 그렇게 연애한 지 1년여, 남자가 잠수를 탔고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갈 무렵 나타나서는 “예전에 실수로 잔 여자가 내 아이를 데리고 나타났다. 집안끼리 아는 사이라 결혼을 해야한다”라며 심각한 척 변명을 해댔다고 해요. 그 아이의 나이가 다섯살이었습니다. 아무리 ‘명백한 거짓’이라 말해줘도, 사랑했던 남자의 말이라면 다 믿고 싶은 제 친구는 끝까지 그의 말을 믿어줬습니다. 결국 단숨에 정을 떼기 힘들었던 제 친구는, 그 후로도 얼마간 그 남자를 만나다가, 결국 상대 마나님에게 테러를 당하는 가혹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었답니다. ‘너무 사랑해서’ 븅신 같은 건 맞지만, 그렇다고 ‘걸레’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의 걸레는, 자신이 유부남인 걸 속이고 상습적으로 이 여자 저 여자 건드리고 다닌 상대 남자가 ‘걸레’였죠. 더욱 코믹한 상황은, 그런 상황에서도 상대 마나님은 ‘자기 가정은 절대로 깨뜨리지 않고 싶어했다’는 사실입니다. 왜 그런 말 있죠. 남편과 다른 여자가 침대 위에 있는 걸 목격해도 ‘아내’들은 ‘난 이 여자와 아무 일도 없었어’라는 남편의 말을 믿고 싶어한다는 것이죠. 저 또한 현재 '아내'의 신분이지만, 이런 아내들의 심리는 정말 이해하기가 힙듭니다.

세상이 점점 골 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혼자 소리내는 손바닥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카운셀링의 끝맺음은 “정신차려 미친뇬아”이지만, 그래도 ‘헤어나오고 싶어할수록 더욱 빠져드는’ 그 상황에 괜히 마음이 짠해집니다. 부디 새해에는, 이런 바보 같은 사랑을 하는 여자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안 볼 것이 분명한 A야, 혹시 봤다면… 자승자박이여~ 그래도, 너 자신부터 사랑해. 넌 네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우리 친구들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마.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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