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가진 걸로 잘이나 하면 다행이지!"


배우 이혜영이 다시 스크린으로 왔다. <하류인생>에 특별출연한 걸 제외하면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사실상 6년 만이다. TV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오들희로 대중에게 각인됐지만 영화 쪽에서는 항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만큼 더딘 행보. 어쩌면 전환기적 계기가 될 수도 있었을 <더 게임>이 그녀에게 새긴 자국을 엿봤다.
(※민감성 체질의 독자에겐 스포일러로 여겨질 내용이 살짝 포함돼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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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희 <더 게임>을 보고 두 가지 불만이 있었다. 뒷부분의 다소 엉성한 수습이 설정 자체의 참신성을 갉아 먹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당신이 뒤에 가서 너무 흐지부지 사라져 버리더라. 굉장히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이혜영 나도 놀랐다. 그럴 것처럼 홍보는 해놓고…

최광희 그러게. 포스터까지 찍었지 않은가.

이혜영 포스터에서 빼달라고 그럴까, 그럼?

최광희 개봉 일주일 남았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그러나. 어쨌든 당사자로서는 아쉬움이 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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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시사 전까지는 매우 자신 있다가 영화를 보고 나서 조금 주눅이 든 기분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애초에 대본을 받았을 때 큰 비중의 역할은 아니었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이었고 또 감독이 나를 굉장히 원했기 때문에 배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겠다, 하는 게 약속이었다. 그런데 지켜지지 않은 거지. 적어도 촬영된 분량만 나왔어도 만족했을 텐데. 예를 들어 살해 당하는 장면도 이틀에 걸쳐서 찍고, 찍으면서 한 배우는 다치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과감히 그렇게 된 것에 대해서는...글쎄, 이해는 한다. 윤인호 감독이 감정을 끝까지 쫓아가는 힘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부분은 역시 윤인호 답게 처리가 됐는데, 내 역할에 있어서는 감독이 나한테 거짓말을 했거나, 하여튼 그래서 어쩐지 편집 때도 안보여주더라. 그러더니 과감히 들어냈더라고. 너무 아쉬웠다. 나는 오랜만에 영화를 하는 것이고, 모처럼 감독이 나한테 러브콜을 보냈기 때문에. 이번을 계기로...이 영화를 계기로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지, 이런 각오를 했는데, 조금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광희 결과적으로 2008년을 힘차게 출발하려는 포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인가? 심정적으로 타격을 입은 편인가, 아니면, 뭐 이 정도야, 하고 조금 있으면 잊혀질 수준인가.

이혜영 나를 기억하고, 또 보고 싶어 했던 사람들은 조금 아쉬워하겠지.

최광희 사실,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너무 영화를 안 했다. 그 영화 이후 충무로에서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펼칠 것으로 기대를 했건만.

이혜영 그 때 이후 대본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둘째를 갖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 재미 있는 대본들 많았다. 그 중에 영화화 됐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도. 하하.

최광희 그래도 2004년부터는 TV 시리즈로 활동을 재개했다. 그걸 계기로 다시 충무로로 복귀할 수는 없었던 건가?

이혜영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아기 낳고 10개월 지난 뒤부터 한 건데, 그 작품으로 알려진 뒤로는 고만고만한 배역만 들어오더라고. 엄마 역할만. 이건 내가 아니라도 할 사람이 많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오들희’는 자기 일을 가진, 독립적인 성격이 강한 여자였지. 그러고 보니까 이번에 <더 게임>이 끝나고 어떤 대본이 들어올까 궁금하네.

최광희 <피도 눈물도 없이>가 나름대로 의미 있었던 지점은 이혜영이라는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은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이혜영 그랬었나? 사실 <피도 눈물도 없이>도 처음 시사로 봤을 때 조금 실망했다. 나는 그래도 두 여자의 이야기로 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정재영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러나 적어도 류승완은 찍은 걸 안 쓰고 그러진 않았다. 대신 정재영 부분을 더 많이 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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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 2002

최광희 분량의 문제라기보다 당시 맡았던 삶에 찌든 택시 운전사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 때까지 이혜영이라는 배우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고정 관념을 거스르는 것이어서 의미를 찾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후 그런 강한 색깔의 장르 영화에 계속 출연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얘기를 듣고 나니 둘째 아이가 복병이었군.

이혜영 그러게. 이제 또 셋째까지 가지면 나는 다시는...하하.

최광희 TV 시리즈에서의 캐릭터를 보면 <피도 눈물도 없이> 전의 이미지로 회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팜므 파탈적이고, 약간 초현실적인 느낌이랄까?

이혜영 거기에 더 적성이 맞는다. <피도 눈물도 없이>는 한번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긴 한데...그 때도 말이 많았다. 거친 삶의 현장에 있는 여성인데, 음색이 불만이다, 소리가 경선이라는 배역하고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지적들을 받았다. 내 목소리 톤에서 오는 한계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건 내 매너리즘이기도 하고 내 개성이기도 하다. <피도 눈물도 없이>는 힘들고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반면, <더 게임>의 이혜린이라는 역할은 힘들지 않고 편안하게 했다. 이런 역할이 내 적성에 맞는 것 같다.

최광희 나한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한, 그런 느낌?

이혜영 그렇지만 내가 그런 장르를 특별히 선호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본능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할 뿐이다.

최광희 사실 배우로서 내 고유의 캐릭터를 이렇게 만들어가겠다, 설정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나지 않았나.

이혜영 그렇지. 가진 걸로 잘이나 하면 다행이지.

최광희 목소리 톤이나 발성이 연극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초창기에 연극을 해서 그런 건가?

이혜영 본래 소리가 그렇다. 초등학교 때부터 애들이 그랬다. 너 소리가 왜 그래? 너 목소리 만들어서 내? 화장 안하고 아이들이랑 같이 다니면 이혜영이라고 잘 못 알아 봐도 소리 때문에 다들 알아본다. 그렇기 때문에 때론 내 소리가 싫은 적도 꽤 많았다. 연극에서도 나 같은 목소리가 거슬리고 튈 때가 많다. 어쨌든 소리는 타고 난 건데, 오히려 소리 훈련을 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게을러서 안 한 거지. 연극 때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을 거다. 번역극과 뮤지컬로 연극을 시작했기 때문에. 어쩌면 그래서 훈련을 받으면 좋아질 수도 있을 거다.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다.

최광희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은 없나?

이혜영 왜 없겠어. 지금은 일단 영화를 열심히 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야...하하. 아이들 갖고 나서는 연극 거의 안 했다. 안 한 지 한 10년 된 것 같다. 대본은 계속 들어오고 있다.

최광희 너무 까다롭게 고르는 거 아닌가?

이혜영 솔직히 사생활도 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냥 바쁜 거다.

최광희 하긴 엄마 역할도 중요할 테고.

이혜영 중요하지! 낳았으니 어떡해?

최광희 낳으려고 낳은 거 아닌가? 하하. <피도 눈물도 없이> 때 인터뷰에서 다섯 살 난 첫딸 이야기 잠깐 했는데, 지금 11살 정도 됐으니 엄마가 뭐 하는지 정도는 알 때가 됐겠다.

이혜영 지금도 내가 뭘 하는지 잘 모른다. 일부러 찾아서 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그런 데 익숙한 환경에서 크다가 자연스럽게 배우의 꿈을 가지게 됐는데, 자꾸 그런 걸 딸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완전히 분리해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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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렬한 이미지라고 한다면 거기에 걸 맞는 증거물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자타가 공인하는, 그거 하나로 만족할 수 있는 작품, 나는 없다. 왜 그게 아쉽지 않겠나."


최광희
지금 탄탄한 활동을 하고 있는 30대 여배우들이 적지 않은 데 반해 이미숙을 제외하곤 40대 여배우들은 거의 씨가 말랐다.

이혜영 열심히 할게, 그러니까. 미숙이 언니랑 다시 전화도 하고 같이 열심히 하자고 해야지.

최광희 활동하는 데 나이라는 게 현실적인 제약으로 느껴질 때는 없나?

이혜영 전혀. 26살 때 이미 날 43살로 본 사람도 있는데 뭐. 어렸을 때 아주 노련한 척 하면서 이미 나이 많은 여성 역할을 했기 때문에 별로 못 느끼겠어, 그런 거.

최광희 이를테면 사람들의 시선이라든가, 혹은 캐릭터의 제약이라든가.

이혜영 그런 거 별로 못 느껴, 진짜. 어렸을 때도 청춘 멜로 영화의 이십대 연기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때 오히려 한 쉰 된 것 같으신데 참 안 늙는다는 얘기까지 들었을 정도니까.

최광희 배우에겐 구축된 이미지가 강점이 되긴 하지만 굴레가 되기도 한다. 당신의 경우, 상대방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강해 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휴먼 드라마에는 잘 안 맞겠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거다. 강한 느낌의 초현실적인 캐릭터나 장르 영화 외에는.

이혜영 그래서? 그런 영화 중에 내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게 있나? 그런 것도 아니잖아. 그런 영화로 크게 부각된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그런 이미지를 줄까? 왜 그럴까?

최광희 사실 나도 인터뷰 하기 전에 약간 부담감을 가졌다. 도도하고도 강한 자의식을 가진 분이 아닐까 하는 인상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이혜영 그런데 직접 보고 얘기해보니까 어때?

최광희 수더분한, 동네 옆집 아줌마 같은 느낌?

이혜영 맞아. 하하하.

최광희 그런데 사람들이 갖는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면, 그냥 그 컬러로 밀고 나가야겠다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이혜영 난 바꿔 보고 싶다는 생각 전혀 없다. 그냥 이대로 잘이나 했으면, 그런 생각은 들지.

최광희 잘이나 했으면, 이라는 말 자주 하신다.

이혜영 이혜영의 대표작이다, 라고 할만한 걸 꼽을 수 있나?

최광희 글쎄, <피도 눈물도 없이>가 그나마 가장 각인돼 있지.

이혜영 그래도 장미희 하면 <겨울 연가> <사의 찬미>, 이런 작품 생각 나잖아. <사의 찬미>는 내가 한국에서 초연할 때 참여해서 상까지 받은 작품이다. 그런데 윤석화 선배가 그 역할 너무 좋다고 해서 노영심 씨랑 뮤지컬 해서 롱런 상연했지. 사람들은 <사의 찬미>윤석화 선배의 작품으로 기억하지, 내가 초연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영화화 됐을 때도 대본을 받은 적이 있지만 결국 장미희 언니가 하게 됐다. <사의 찬미>의 윤심덕은 내가 무대에 있을 때 참 좋아했던 역할이었고, 영화로까지 이어간다면 좋겠다 싶은 생각을 했었다. 프랑스 배우 화니 아르당도 마리아 칼라스를 무대 위에서 하고, 영화로까지 하지 않았나. 그런 것처럼, 내가 강렬한 이미지라고 한다면 거기에 걸 맞는 증거물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자타가 공인하는, 그거 하나로 만족할 수 있는 작품, 나는 없다. 왜 그게 아쉽지 않겠나. 그런 걸 하고 싶다. <사의 찬미>나 다시 해볼까? 하하.

"난 장미희 같은 배우가 돼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에바 가드너 같은 배우가 될 거야, 오히려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스크린 속의,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를 동경하면서 배우의 꿈을 갖게 됐고, 그러다 보니까 할리우드 스타의 여신 같은 분위기에서 영향을 받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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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게임> 2008

최광희
영화
쪽에선 어떤 분들과 주로 교류하나?

이혜영 아무하고도 교류 안 하지만 언제 봐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

최광희 평소 친근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다는 얘긴가?

이혜영 전혀 없다.

최광희 성격이 문제인가? 이 바닥이 문제인가?

이혜영 나한테 문제가 있겠지. 촬영 끝나면 그냥 바로 집으로 간다. 그러다 보니까 서로 잘 모를 수 있겠다. 앞으로 그런 것도 잘해 볼게. 헤헤.

최광희 스스로의 성격을 어떻다고 생각하나?

이혜영 까다롭고 낯도 잘 가리고. 그리고 약간 우울증이 있다. 사람들은 내가 우울하거나 연약하거나, 그런 수동적인 모습을 별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옆 사람이 피곤하니까.

최광희 그 얘기를 들으니 일상적인 세계에서 동 떨어져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 이를테면, <선셋 대로>에 나오는 글로리아 스완슨하고 묘하게 중첩 되는 부분이 있다.

이혜영 그런 얘기 하는 기자는 또 처음 보네.

최광희 기분 좋은 소리인가?

이혜영 보는 눈이 있다는 거지, 날카로운 데가 있네. 하하하.

최광희 아무튼 그래서 사람들이 약간은 거리감을 두고 보는 게 아닐까?

이혜영 내 세대가 그런 거지. 내가 어렸을 때는 장미희, 정윤희, 유지인 같은 사람들이 막 TV에 나오고 그랬는데, 장미희 같은 배우가 돼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에바 가드너 같은 배우가 될 거야, 오히려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스크린 속의,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를 동경하면서 배우의 꿈을 갖게 됐고, 그러다 보니까 할리우드 스타의 여신 같은 분위기에서 영향을 받았겠지. 본 게 그런 거니까. 본 경험과 본능적인 게 복합적으로 작용을 한 거겠지.

최광희 장미희 씨도 여신적 이미지의 여배우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것 같다. 사실 그런 이미지가 70-80년대에는 어느 정도 통했지만 90년대 이후부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방법론이 된 거지. ‘아름다운 밤이에요’라는 말이 코믹 코드로 활용됐던 것처럼 말이다. 시대는 변하고 나이는 들었는데, 저 분들은 예전의 고전적 우아함 속에 남아 있으려 한다고 생각하고 슬쩍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이혜영, 그렇게 생각하라 그러지. 나는 거기에 맞출 생각이 없고.

최광희 요즘 후배들을 보면 연기 패턴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은 안 하나?

이혜영 이를테면?

최광희 <피도 눈물도 없이>에 함께 출연했던 전도연도 그렇고.

이혜영 글쎄 나는 못 느끼는데, 감독들이 얘기하더라, 좀 다르죠? 이렇게. 나는 근데 잘 모르겠어, 뭐가 다른 건지. 다만, 도연이는 그런 게 있어. 우리 때 같으면 어떤 신이 주어지면 생각을 많이 하고 몰입을 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거나 그런데, 도연이는 그냥 해, 그냥. 그건 세대가 다른 데 따른 거지. 나도 특별히 변화를 가져야 할 역할이라든가, 좀더 달라진 걸 증거해야 할 계기를 만나게 되면 다른 패턴의 연기가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일부러 달라져야 한다거나 고민스럽거나 하지는 않다. 그래서 더욱 독보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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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대로 한 프로젝트를 통해서 고통의 시간을 경험하며 커가고 싶었다."


최광희
이혜영 고유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감독을 아직 못 만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혜영 만나고 싶은 감독들이 몇 명 있긴 하다.

최광희 이를테면 누구?

이혜영 정지우 감독. 영화가 참 좋았다. <사랑니>가 특히 좋았다. 김기덕이나 임상수 감독도 같이 일해 보고 싶다. 이창동 감독 영화의 그 여성들! 그런 감독 많지 않다. 배우를 탈진시키는, 그런 감독을 만나고 싶어.

최광희 그건 곧 기 싸움에서 당신을 압도당할만한 감독을 못 만났다는 뜻인가?

이혜영 지금까지 만났던 감독들은 다 나를 좋아했고, 잠재된 게 많다고 인정해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기대하는 바가 많았다. 이를테면, 왜 그거 있잖아, 너 잘하는 거, 이런 식이었다. 그럼 나는 그게 뭐예요? 그러지. 난 나대로 한 프로젝트를 통해서 고통의 시간을 경험하며 커가고 싶었다. 난 한 영화 찍으면서 기분이 달라지고 그래서 표정이 바뀐다. 방문 열 때 다르고 닫을 때 표정이 달라, 마치 딴 사람처럼. 그래서 그걸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해. 승완 감독도 그걸 많이 잡아줬고, 윤인호 감독도 신경을 많이 써줬지. 옛날의 감독들도 나한테 많이 배려해줬고.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게 나온 것 같다.

최광희 싸워야 할 때는 좀 싸워야 하는데 너무 좋은 게 좋은 식이었다, 이 말씀인가?

이혜영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다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된 경우가 참 많았던 것 같아. 프로덕션 전체가 화목하게 잘 끝나는 것을 바라는 편이라서 싸우고 쟁취하고 그런 걸 안 했던 것 같다. 앞으론 그런 것도 팍팍 싸워서 얻어내든지, 바꿔볼까 봐. 하하.

최광희 부디 드러나지 않은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감독을 만나 좀더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예전의 토크2.0 시절엔 마지막에 행복하냐는 질문을 꼭 했다. 다시 이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이혜영 행복해.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야. 잘될 것 같아, 2008년엔.

PHOTOGRAPHER 김병구
의상협찬 이세이미야케, 티슈즈, GIORGIO FERRI, CHOII
FILM2.0 설합본호(토크2.1)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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