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턴트맨의 죽음

3M 푸로덕숀 2008. 1. 17. 00:5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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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트맨을 꿈꿨으나, 길을 찾지 못하던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던 그는 모 음반회사에 지원을 했고, 다행스럽게도 합격을 했습니다. 세탁소에서 찾아온 '날선' 양복을 매만지며 내일의 첫출근을 준비하던 그에게 운명처럼 '서울액션스쿨 1기 모집공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양복을 입은 채, 서울액션스쿨로 향한 그는, 정두홍감독의 낙점을 받아 드디어 스턴트맨의 길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음반회사에 대한 미련 따윈 없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갈 수 없는 길이기에, 집에는 음반회사를 포기했노라고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한 채, 두 달간 출근하는 양, 양복을 입고 서울액션스쿨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렇게 영화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서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다른 배우들 처럼, 스크린에 얼굴을 내밀지도, 관객들이 알아 주지도 않는 일이지만, 그저 묵묵히 치열하게 얻어 맞고, 목숨을 걸고 뛰어 내렸더니, 어느덧 무술감독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게 된 스턴트맨 지중현. 

웃긴 고양이님과 함께 그를 만난 건, 지난 2005년입니다. '스턴트맨의 훈장'을 얼굴 이곳 저곳에 달고 있던 그는 수줍게 웃었습니다. 카메라 앞에 얼굴을 온전히 드러내는 게 힘들다며 어색한 미소를 머금던 스턴트맨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 서울액션스쿨 출신인 정병길 감독이 만드는 독립영화 '우린 액션배우다'의 조연출로 부터 지난 2005년에 촬영한 지중현씨와의 인터뷰 자료를 구하고 싶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스턴트맨들의 삶을 다루는 그 영화에 지중현씨의 얘기를 담고 싶은데, 그와는 더이상 인터뷰를 할 수가 없어서 저희의 자료가 꼭 필요하답니다. 그리고, 전해진 비보.

지난 연말, 스턴트맨 지중현은 촬영장으로 이동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린 액션배우다'의 제작진은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었던 것이죠. 온몸으로 영화를 사랑했던 한 스턴트맨이 신문에 기사 한 줄 남기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항상 감춰진 삶을 살아야만 했던 그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건, 겨우 이것 뿐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故 지중현 생전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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