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 흥업의 크리스마스 지정곡, 조니 미첼 <River>

음악 이야기 2007. 12. 20. 01:34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JONI MITCHELL / River
                                        (Jacosmile's music collection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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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혹은 조금 낯선 영화 대사 하나,

(모퉁이의 한 상점 안, 젊은 여성이 장식을 하고 있다.)

"It's coming on Christmas, and they're cutting down trees."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으니 나무를 베고 있구나."

"I wish I had a river that I could skate away on."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강이 있다면 좋을텐데."

Such a sad song, and not really about Christmas at all,
but I was thinking about it as I was decorating my Christmas tree.
이런 슬픈 노래, 전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노래는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다가 그 노래가 생각났어요.


영화 <You've got mail>에 나오는 대사이다. '98년도에 개봉했으니 내용도 가물가물한 영화지만 노랫말이 소재로 등장한 이 장면만은 몇 년 동안을 머리 속에서 돌아다녔었다. 한 동안은 이 노랫말의 음악을 찾아보려는 노력도 했었다. 하지만 워낙 게으른 성격이다 보니 금세 포기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서 블로그의 음악 담당으로서 자그마한 책임감이 생겼다. 흔하디 흔한 크리스마스 캐롤이 아닌, 블로그 방문객들을 위한 멋진 곡이 없을까하는...
그래서 모처럼 지난 날의 favorite 앨범들을 펼쳐놓고  본격적인 선곡 작업에 들어간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메멘토를 능가하는 까마귀 기억력은 선곡의 이데올로기를 쉽게도 잊어버리게 만들었고, 극히 개인적인 음악 듣기의 즐거움에 푹 빠져버린 채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푸른 색으로 프린트된 한 장의 앨범에서 이상한 데자뷔를 경험하게 된다. '어느 장면에선가 이 노래를 배경 음악으로 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하는. 그리곤 잠시 후, 가난한 영어실력을 총동원해 귀기울인 가사에서 '유레카'를 외치게 되는데...

It's coming on Christmas,
They're cutting down trees.
They're putting up reindeer
And singing songs of joy and peace,
Oh, I wish I had a river I could skate away on.


이어폰 속에서 조니 미첼이 노래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으니 나무를 베고 있구나,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강이 있다면 좋을텐데..."

1971년에 발표된 그녀의 앨범 [Blue]의 수록곡 <River>였다. 절대로 과잉의 감정선을 넘지 않는 조니 미첼의 담담한 목소리가 크리스마스의 풍경과 바람을 조금은 우울하게 노래하고 있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이 물어 온다. "크리스마스엔 뭐하세요?"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그냥... 집에 있을 겁니다. "
많은 사람들은 비웃고, 몇 몇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마치 크리스마스에 집에 있으면 큰일이라도 난다는 듯이.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별다른 계획이 없다. 아니 만들지 않았다. 사람들이 넘쳐나는 거리에 보잘 것 없는 내 몸뚱아리 하나까지 더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결심의 누군가가 있어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이유로 기꺼이 동참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3M흥업'의 크리스마스 송으로 이 곡을 선곡한다.

한강이 얼지 않아 스케이트를 탈 수 없는 불쌍한 우리를 위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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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과 조안 바에즈의 현실참여적인 포크록의 대극으로서 음악 본래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여성 아티스트이다. 포크록에서 출발했지만, 소울, 재즈 등 다양한 장르와의 이종교배를 시도해 탁월한 완성도를 선보였다.
미대 출신으로 자신의 음반 재킷에 직접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으며, 영화 <바닐라 스카이>에선 그녀가 그린 그림이 소개되기도 했었다.
 


P.S.
1. 뒤 늦게 다시 본 <You've got mail>에는 분명히 이런 대사가 있었다.
"You know that Joni Mitchell song?"
그런데 왜 기억 속엔 이 대사가 지워진 채 남아 있었던 걸까? 좀 더 쉽게 찾아 낼 수 있었는데 말이다.
2. 노래가 확 땡기신 분들은 꼭 전문 가사를 찾아 보시라고 권해드린다. 시적인 가사가 한마디로 죽여준다.
3. 음악 매니아들 사이에선 일종의 교과서처럼 전해지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조니 미첼과 닐 영이 들린다면 팝 음악에선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라는. 그러니 취향이 아니라고 여겨지시는 분들이라도 잠시나마 음악을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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