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우리 작가
<-- 파마 당일만 멀쩡했던 머리 상태. 다음날부터 바로 헬렐레~~
3년 여 동안 단골 삼았던 청담동 도산공원 앞 모 헤어살롱에, 한달에 한번 꼴로 기십만원씩 갖다바치던 전적이 있는지라(그나마 20% 할인을 받는 금액이 그랬습니다) 출산 후 '1년여 만의 지붕개량= 9만원'이란 대차대조가 그리 터무니없진 않더군요. 게다가 "9만원짜리는 이러이러해서 좋은데, 그래도 3만원짜리 할래?"라고 물을 때 "어. 그래도 3만원짜리!"라고 말하기엔, 뭐랄까, 살짝 부끄럽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사람의 수치심을 묘하게 자극하는 상술에 홀랑 넘어간 얄팍한 저는, 9만원씩이나 들여가며 머리를 들들 볶았답니다. 결과는? 글쎄요. 또 다른 내가 있었다면, 3만원짜리 파마를 시켜놓고 한번 비교해보고 싶은 심정이랄까. 과연 9만원짜리와 3만원짜리는 뭐가 다를까 싶었던 거죠.
이런 심정, 처음은 아닙니다. 늘 숏컷을 고수했던지라, 한달에 한번 지붕개량은 필수였고, 그 때마다 만만치 않은 출혈에 지갑과 함께 심장도 벌벌 떨었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담동 일대 고급 헤어숍과 이대 앞 저가형 숍의 파마 시술 비용을 비교하면 거의 10배 차이. 파마 약에 무슨 금가루를 넣는 것도 아닐 텐데, 서비스 수준만으로 이런 천차만별의 가격대가 형성된다는 건 정말 납득이 가질 않아.... 게다가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파마인데, 대체 무슨 차이가 있다고 가격대가 달라지는거지?'
여자들, 파마값을 논하다!
사진출처 www.byfama.co.kr
"파마 한번 하는데 십만원을 훌쩍 넘긴 금액을 내야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아. 게다가 원장이 시술할 경우엔 훨씬 더 비싸다고." 저가형 헤어숍이나 동네 미용실을 애용하는 A의 주장! "저가형 헤어숍엔 뜨네기 손님들도 많고 너무 바쁘니까 가끔 홀대받기도 해. 그런 면에선 동네 미용실이 최고지. 처음부터 끝까지 원장이 밀착해서 관리해 주거든. 로뜨도 직접 말고 가끔 머리도 헹궈준다고. 고급 헤어숍의 경우, 중요한 부분들을 스태프들이 다 처리하고 디자이너는 처음과 마무리만 하고 사라지잖아. 결국 청담동 숍에서는 동네 미용실 원장보다 경력이 짧은 스태프들한테 파마를 하는 셈이라고.” A의 주장대로라면, 최근의 경기불황으로 ‘1~2만원 펌’이라는 대대적인 저가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숍들을 마다하고, 여전히 20만원에 달하는 시술비를 고수하는 고급 헤어숍을 찾을 이유가 없는 셈이죠.
하지만 이 순간 또 다른 동료 B의 촌철살인으로 우리의 미용실 가격논쟁은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두통을 유발하는 그 특유의 냄새 말야! ‘우린, 막 결혼했어요’도 아니고 ‘나, 막 파마했어요’ 광고 하면서 집에 오는 거 너무 싫지 않니?” 고급 헤어숍을 즐겨 찾는 B의 주장은 비싼 곳에서 파마를 했을 때 확실히 파마약 냄새가 덜 났고, 그만큼 모발도 덜 상했을 것이라는 얘기였어요. 가격 차이는 서비스도 서비스지만, 사용하는 약품이나 제품들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었죠. (이 순간, 저는 동의했어요. 확실히 20만원에 달하는 청담동 숍에서의 파마가 9만원짜리 파마보다 냄새가 덜했던 것 같다고 말이죠. 그러니 3만원짜리는 오죽하겠어, 라며.)
파마값의 진상(?)을 파헤치다!
다음날, 지고는 못 참는 성격의 A는 인터넷을 뒤져 ‘1천 원짜리 파마약도 있다더라’는 제보를 해왔답니다. "비싼 데나 싼 데나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파마 약은 한 가지이고, 여기에 뭘 추가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냄새가 나거나 덜 나거나 한다더라."
그리하여, 궁금한 거 못 참는 성격의 저는 인맥을 동원해 헤어관련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인 아베스의 배 모 과장과 접선했습니다. 그가 내린 '솔로몬의 선택'은 이러했죠. “비싼 펌제가 상대적으로 냄새가 덜 나는 건 사실입니다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또한 저가의 숍에서 싼 펌제를, 고가의 숍에서 비싼 펌제를 쓴다는 것도 일반화시킬 순 없습니다.”
소망드림웨이브로션 1,2제 450원 vs. 로레알 싱크론 치오 1,2제 23,400원
“펌제에 따라 포함 성분이 다 다릅니다. 해조 성분을 첨가하느냐 약초 성분을 첨가하느냐 등 어떤 성분이 첨가되느냐에 따라 냄새 강도도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가격대가 다 달라집니다.”
하지만 비싸고 고급이라 해서 냄새가 덜 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가령 고급 펌제로 구분되는 시스테아민의 경우, 특유의 냄새가 치오나 시스테인보다 훨씬 더 지독하다고 하죠(일본 제품은 그나마 덜한데, 국내 제품의 냄새는 유난하다고 해요). 비슷한 성분이라 하더라도 냄새 여부로 가격대가 달라지는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냄새만으로 그 펌제가 모발에 좋은지 나쁜지를 구분할 순 없다는 거죠.
그렇다면 고급 숍이 고가의 제품을, 저가형 숍이 저렴한 제품을 쓴다는 명제는 사실일까요? 일반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저가형 숍에서도 고가의 제품을 취급한다고 합니다. (제가 한 9만원짜리 파마가 대략 이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을까 싶네요.) 차이가 있다면 고급 숍에서는 1액과 2액으로 구분되는 펌제 외에 전 처리제, 후 처리제, 트리트먼트, 그 외 일반 샴푸나 기타 제품들 모두를 고급형 제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최근 청담동 일대 숍들에선 약 자체에 전후처리제를 아예 포함시켜 시술과정을 단축시키는 동시에 모발손상도 줄이는 추세라고 하구요.
가격 차이는? 시술하는 제품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령 ‘세라마이드 펌’을 한다고 치죠. 이 시술을 하게 되면 샴푸, 트리트먼트, 두 종류의 전 처리제, 후 처리제 모두에 ‘세마라이드(고급 화장품들에도 포함된)’라는 성분이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이 세라마이드가 미생물인지, 식물인지, 또 다른 무엇인지에서 추출됐느냐에 따라 가격차이가 나게 되구요.
그렇다면 고급 헤어숍에서 20만원을 주고 여러 가지가 다 포함된 시술을 받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저가형 숍에서 2만 원짜리 펌을 하고 여기에 5만 원짜리 앰플을 추가하는 게 더 나을까요? 주머니 사정으로만 따지면 후자가 당연히 경제적이지만 ‘내 머리는 소중하니까요’를 외친다면 전자가 효율적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배 모 과장의 충고를 들어보죠.
“화장품 쓸 때 기초제품부터 영양크림, 에센스까지 같은 라인을 쓰는 게 피부에 좋겠어요, 아니면 기초는 엄마 화장품 바르고 팩이나 영양크림만 좋은 제품 쓰는 게 낫겠어요?”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야 한두 개라도 좋은 걸 써주는 게 좋은 건 당연지사. 하지만 둘만 놓고 비교한다면 당연히 한 라인의 제품군을 쓰며 관리 받는 게 훨씬 효과적이겠죠. 결국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결론인데, 흠흠. 출산 이후 한 주먹씩 빠지는 머리카락. 오늘도 수채구멍을 까뒤집으며 저는 부르짖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잖아. 3만원...미련을 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