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와 연애 중?

애경's 3M+1W 2007. 11. 2. 10:2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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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는 제발, 그냥 안녕히 가십시오.



난 나쁜 남자가 싫다. 제 아무리 장동건과 정우성을 칵테일한 외모에 사돈의 팔촌까지 억 소리 나는 재산을 소유한 갑부집안 아들일지라도, 내 기준에서의 나쁜 놈이라면, 한 트럭을 갖다 바쳐도 노 땡큐다. 아울러 뼈 속까지 나쁜 놈도 못 되는 주제에, 어디서 주워듣거나 본 건 있어가지고 괜히 센 척 하며 여자 애간장을 타게 만드는 ‘연애 계의 쓰레기’ 같은 남자들은 더더욱 싫다. 그건 죄민수가 최민수 흉내 내는 것보다 더 코미디니까.

하기야 누군들 나쁜 남자가 좋다 할까. 어쩌다 보니 사랑에 빠진 남자가 ‘나쁜 남자’였을 뿐, 날 적부터 ‘나쁜 남자만 좋아할 운명’이라는 주홍글씨 새겨 박고 나온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을 터. 그럼에도 상당히 많은 여자들이 불량식품 같은 나쁜 녀석들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곤 한다. 죄질이 가장 안 좋은 경우는, 여자의 순정을 이용해 금전적인 트러블을 만드는 인간이다. 무슨 ‘사건 25시’에나 등장할 법한 소재 같지만, 이런 남자들 때문에 속 끓이는 여자들 주변에 꽤 많았다.

사실 연애에 끼어든 금전문제는 사십 일을 밤낮으로 금식한 광야의 예수에게 가해진 악마의 유혹과 같다. 악마는 믿음을, 금전문제는 사랑을 시험한다. 빌리고 갚는 ‘거래’라면 더더욱 그러한데,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부모나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을 공유하게 될 수록, 연인들은 위험한 ‘거래’를 시작한다. 계약서나 보증인 없이 ‘사랑’의 유효기간과 신선도만 담보 삼는 그런. 헌데 그럴 때 보면 피해자는 꼭 여자다. 번번이 사랑에 속고 돈에 우는 기막힌 드라마가 펼쳐진다.

지식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사이트만 뒤져봐도 나쁜 남자에 관한 질문들이 차고 넘친다. 그 중 나쁜 남자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분류법은 다음과 같더라. [피해야 할 남자들은 크게 네 범주로 나뉜다. 지배하려는 남자들(보스, 해결사, 척척박사, 트집쟁이), 거짓말하고 부정을 저지르는 남자들(탁월한 위장꾼, 카멜레온, 돈 주앙), 미성숙한 남자들(마마보이, 영원한 틴에이저, 오락가락 기회주의자), 마지막으로 감정적으로 덜 떨어진 남자들(과묵남, 냉혈한)이 그것이다. 그리고 잡종(?)과 기타 특별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말장난에 불과하다. 애초에 나쁜 남자만 좋아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여자가 없듯, 애초에 나쁜 남자로 살아가라고 프로그래밍 된 남자 또한 없기 때문이다. 나쁜 남자는 사실 별 게 아니다. 내 기준에서 나쁜 남자란, 날 덜 좋아하는 남자다.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더 많이 나를 사랑하고 있는 남자라면, 마마보이건 돈 주앙이건 마초이건 간에 상관없이, 그는 절대로 나쁜 남자가 될 수 없다. 때려 죽여 마땅할 정도의 나쁜 놈이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자상하고 매너 좋고 따뜻한 남자가 된다. 그건 부동의 진리다.

결론은 이렇다. 결국 내 자랑인데, 그리하여 난 내 남자를 ‘나쁜 놈’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늘 그가 좋아하는 것보다 가급적 덜 좋아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다시 말해, 우리 애정의 부등호가 ‘나를 향한 그의 사랑 > 그를 향한 나의 사랑’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자나깨나 신경 쓰고 산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어느 순간 나의 애정이 그의 애정을 넘어섰다 치자. 그렇더라도 그에게만은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표현의 수위를 조절한다. 덕분에 그는 늘 내가 자신을 덜 좋아한다고 속고 산다. 말이 쉽지, 이건 오뎅으로 피리를 만들어 부는 진기명기만큼이나 엄청난 내공이 필요한 작업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빠지는 전략 전술, 그 연애의 기술은 한 두 번 노력해서 터득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그로 인해 가슴에 아로새겨진 영광의 상처와 맞바꿔 얻어진 결실인 것이다. 그렇게 어렵고 피곤한데 굳이 왜 그런 수작을 부리냐고? 사실 난 나쁜 남자는 싫지만 ‘나에게만 잘해주는’ 나쁜 남자에겐 흥미 있다. 만약 내 남자가 세상 모든 여자에게 자상하고 친절한 ‘좋은 남자’였다면, 난 아마 그에게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나쁜 남자 길들이기’란 몸에 좋은 불량식품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확률 0%의 게임 또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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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와 연애하려면, 보살 같은 마음이 필요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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