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한번 하고 나니 날씨가 급작스럽게 추워졌더군요. 작년 이 맘 때도 분명히 ‘동절기 맞이 大쇼핑’을 했던 것 같은데, 그 때 산 옷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한 두 개 아이템이 눈에 띄긴 합니다만, 이 거 원 도저히 입고 나갈 수가 없어요.
‘싼 맛에’ 혹은 ‘유행이니까’ 산 옷들은 그 시즌이 지나면 다음 해에는 도저히 입을 수가 없어요. <기본 아이템들은 질 좋은 놈으로 구입한다> <가급적 드라이 맡길 소재의 옷은 구입하지 않는다>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은 선택하지 않는다> 등의 패션 원칙을 세운지도 3년이 넘어가는데, 왜 번번이 환절기만 되면 옷장 앞에 서서 머리를 쥐어뜯게 되는지 모르겠네요. 이번만큼은 실패하지 않는 쇼핑을 할 예정입니다.
일단 소위 ‘패션 피플’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쇼핑 아지트부터 둘러볼 예정이에요. 바로 이태원 그리고 제평(제일평화시장)입니다!
연예인, 스타일리스트, 전직 기자 등 최근 '패션 피플'들의 온라인 쇼핑몰 창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스타일리스트답게 '옷입기 제안'까지 하는 서정은씨의 pinklike.com 그러나 최근 다른 사람이 인수한 듯 분위기 변화가 있어서 강추는 못하겠다.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과연 그럴까요?
제 주변 악마들, 프라다 입는 거 많이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프라다만 입는 건 아닙니다. 다시 말해 명품만 취급한다는 게 아니라는 얘기죠. 동대문에서 구입한 만 원짜리 티셔츠도 입고, 가로수 길에서 구입한 5만원 가량의 빈티지 백도 듭니다. 가끔 이태원에서 소위 말하는 ‘짝퉁’ 아이템을 구입하기도 하죠. 물론 원칙들은 있습니다. ‘짝퉁’ 아이템을 소화할 땐 반드시 진품 아이템들과 적절히 믹스 매치한다는 거죠.
일례로 며칠 전 패션 에디터인 후배 A가 이태원에서 ‘M’ 브랜드 제품을 카피한 ‘짝퉁’ 재킷과 ‘C’브랜드 카피인 빨간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한데 가방은 2백 만원이 넘는 샤넬 클래식 백 진품이었죠. 그녀의 한 달 월급을 탈탈 털어야만 살 수 있는 그런 가방이었어요. (뇌가 흘러내린 것 아니냐? 그렇게 명품이 좋으냐? 라는 비난 섞인 질문은 말아주세요. 지금 이 글의 초점은 ‘분에 넘는 사치’가 아니인데다가, 모든 패션 피플들이 다 이렇게 쇼핑을 하지는 않으니까요.) 어쨌든 A의 패션 감도는, 그날 함께 점심을 했던 다른 에디터들의 눈에도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이었답니다.
물론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고가의 브랜드로 치장하는 이들도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고가의 브랜드 제품들과 로드 숍에서 구입한 저렴한 제품들을 섞어 사용하죠. 그런가 하면 아예 고가의 브랜드 제품을 멀리하며 오로지 빈티지로만 무장하는 이들도 있답니다. 너도나도 명품인 곳에서는 오히려 빈티지가 ‘스타일’이 되거든요.
악마는 어디서 쇼핑을 할까?
사실 ‘패션 피플’들이 어디서 옷을 사 입을까가 궁금했던 시절, 제게도 있었습니다. 영화지 <프리미어>에서 일하던 시기, 저 또한 ‘스틸레토 힐’이 뭔 산 이름인지 ‘마크 제이콥스’가 뉘 집 개 이름인지 몰랐거든요. 사무실 이웃하고 있던 패션지 <엘르>의 에디터들이 머리부터 발 끝까지 ‘꽃’처럼 꾸미고 다닐 때, 전 속으로 생각했죠. ‘쟤들이 걸친 건 다 고가의 브랜드겠지? 그나저나, 월급은 크게 차이 안 날 텐데, 쟤들은 땅 파서 쇼핑하나?’ 몇 년 뒤, 바로 제가 땅 파서 쇼핑하는 줄 알았던 그 <엘르> 에디터가 된 이후 알았습니다. 이들에게는 ‘프레스 세일’과 ‘샘플 세일’ 그리고 ‘이태원’이 있다는 사실을요!!! ‘패션 피플’이 되면 좋은 점은, 바로 ‘세일’을 받을 수 있다는 거죠. (이 프레스 세일과 잦은 외국 출장 기회가 패션지에서 일하는 에디터들의 ‘당근’인 셈이죠.)
시즌이 끝날 때마다 한번씩 물건이 풀립니다. 많게는 80~90%까지 세일을 받을 수 있지만, 그래도 치마 ‘쪼가리’ 하나에 십 만원이 훌쩍 넘을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원래 가격이 기백만원 했던 지라, 상대적으로 흡족한 마음 누를 길이 없어지는 거죠. 대부분 성공적인 쇼핑이 되지만(물론 그 달 카드 값은 장난이 아닙니다만) 또 가끔은 실패도 합니다. 제 경우도 30만원 가량에 산 코치(COACH) 핸드백을 고이 모셔만 두고 있습니다.
벌써 4년 전입니다만, 그 사이 저 가방 든 회수는 한 손가락만으로 꼽습니다. 전혀 제 스타일이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도 주위에서 “100만원이 넘는 가방인데 70% 세일이잖아 이런 건 일단 사둬야 한다니까” 부추기는 바람에, 덥석 카드를 긁었던 거죠. 후회막심입니다. 지난 여름 관리를 소홀히 했더니 가죽이 엉망이 돼 되팔지도 못하게 됐죠. 이렇게 되면 70만원을 번 게 아니라, 30만원을 버린 셈입니다. 이런 시행착오는 보통 ‘초짜’들이 많이 하는데, 점점 ‘이 바닥’에서 머리가 굵다 보면 결국 돌고 돌아 ‘이태원’으로 정착하게됩니다. 트렌드에 발맞춰야겠는데 워낙 트렌드라는 것이 자고 나면 바뀌는지라 이에 거금 투자할 필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패션피플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건 다 ‘이태원’에 있더라구요.
트렌디의 최전선, 이태원 종합시장
옷부터 액세서리까지, 시즌 트렌드를 발 빠르게 접수한 아이템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요. 알만한 패션 잡지의 알만한 에디터들이 애용하는 곳, 바로 이태원 종합시장입니다. 상인들은 브랜드 테크를 가위로 자른 뒤 ‘B품을 뺀 것’이라고들 주장하지만 ‘짝퉁’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한 철’ 입을 거라면 문제는 안됩니다. 그야말로 디자인은 똑같거든요(질은 진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집니다. 소재며 디테일한 마무리 등). 이곳에선 패션잡지에 소개되고 있는 몇 십 만원 하는 비싼 원피스를 5~6만원 선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두 시즌 이상 입기엔 무리가 있다는 거!). 지하철 역(해밀턴 호텔 맞은편)에서 나오면 스테프 핫도그 집이 코너에 있습니다. 바라보고 좌측. 쭉 걸어가서 거의 길 끝까지 가면 건물에 ‘이태원 종합시장’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걸려 있습니다. 발품을 좀 팔면 괜찮은 아이템들을 꽤 건질 수가 있죠.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애용하던 쇼핑 아지트입니다.
패션피플의 감각을 훔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
지방에 산다거나 발품 팔기가 귀찮다면 ‘패션피플’들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요즘 가장 자주 찾는 곳은 바로 www.fashi.co.kr 패션지 보그의 패션 에디터 출신 검은 불투명 스타킹 혹은 레깅스와 신으면 아주 예쁠 법한 디자인 모델 이유가 입은 디자인을 보고 혹해서 구입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녀는 그야말로 '모델'이니까. 그나저나 이 원피스, 꽤 따뜻하고 편해보인다.
그리고 모델 이유의 쇼핑몰 www.veryann.com 도 즐겨 찾고 있어요. 유명 포토그래퍼
좀 더 나이대가 높다면 배우 심혜진의 쇼핑몰도 괜찮을 것 같아요. www.audrey-j.com 편안하면서도 격식을 차려야 하는 포멀한 아이템들이 많이 갖춰져 있거든요. 물건도 가장 많은 듯 하고 심지어 66, 77 사이즈까지도 구비돼 있으니 약간 몸집 있으신 분들도 행복하게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이죠. 최근 업데이트 된 상품들은 유행에 발맞춰 블랙, 회색 아이템들이 많네요. 저도 푸른 빛이 도는 레이어링 실크 드레스 하나 찜 해 놓은 상태랍니다. 한편 애인 혹은 남편의 옷까지 한꺼번에 해결하기에는 배우
혹시 다른 연예인 쇼핑몰들이 궁금하시거나 시간이 남아도실 분을 위해
http://www.daebaknara.co.kr/bbs/board.php?bo_table=bd_09&page=2&page=1
연예인들 쇼핑몰 주소가 알아보기 쉽게 정리돼 있네요.
정말 우후죽순입니다만.
그래도 그들의 스타일을 훔치는데는 더할나위 없네요.
올 가을, 패션 감도 업하시는데 도움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