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의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엄밀히 말해 <부산행>의 프리퀄이 아니다. 프리퀄이라 부를 수 있으려면 두 작품간의 합리적 선후 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이 묘사한대로 서울역을 중심으로 서울 시내가 좀비 지옥이 된 상태라면 다음날 공유가 태연하게 딸을 데리고 부산행 KTX를 탈 수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아무려나,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실사 대중영화 <부산행>보다 훨씬 더 연상호스럽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묘한 게 캐릭터와 스토리의 개연성 부족이 큰 흠이 되는 실사영화와 달리 정서라는 진공 상태 안에서 그 흠조차 용서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비와 좀비 아닌 것의 경계가 모호한 이 작품의 정서는 한국 사회의 폐부를 더욱 날카롭게 풍자한다. 그래서 경찰이 좀비로부터 달아나는 산자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어리둥절한 상황도 이해가 된다.
무엇보다 좀비를 피해 달아나는 두 인물을 공유와 마동석이라는 탈계급적 캐릭터로 타협했던 <부산행>과 달리 노숙 노인과 가출 소녀라는 사회적 약자로 설정한 것 역시 연상호의 주제의식이 빛나는 대목이다.
<부산행>이 기획(돈)의 승리라면 <서울역>은 연상호(작가)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