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불행은 벼락처럼 찾아온다. 작가 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눈길을 운전하다가 불쑥 나타난 아이를 발견하고 차를 급정거했다. 아이가 무사해 가슴을 쓸어 내렸다. 자신만큼 놀랐을 아이를 달래기 위해 집까지 데려다 주었는데, 그의 어머니가 다른 아이 이름을 부르며 뛰쳐 나간다. 또 다른 아이가 차 밑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톰은 거의 폐인이 됐다. 법적 책임은 면했지만 자신이 한 생명을 죽였다는 죄책감은 그를 수년 동안 괴롭혔다. 결국 아내와도 이혼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아니 필연적이게도 그가 겪은 고통은 고스란히 그의 소설의 자양분이 됐다. 과연 그는 당대의 유명 작가가 된다.
그러나 톰은 완전히 그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살면서 지게 되는 빚이란 청산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어쩌면 평생을 이고 살아야 할 빚도 있다. 톰의 늙은 아버지는 "내 인생은 실패작"이라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톰은 아버지와 다른가? 대관절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독일의 거장 빔 벤더스가 영화 <에브리띵 윌 비 파인>(12월 31일)을 통해 묻는 질문이다. 영화 제목은 "모든 게 잘될 거야"라는 뜻이다. 그런데 영화는 모든 게 '저절로' 잘 되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해 넘어가는 시점에 보기 딱 좋은 영화다.
당신의 새해에는 모든 게 잘 될 것이다. 그건 명백히,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