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무비의 제왕 월터 살레스가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1940년대 말 미국 젊은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잭 캐루액의 소설을 영화로 옮겼습니다. <중앙역>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보신 분들이라면, 월터 살레스가 로드무비를 얼마나 잘 만드는 감독인지 잘 아실 겁니다.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그의 영화는 길 위에 있지만, 거기에는 또한 언제나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의 삶이 있고, 소박하지만 파란만장한 인생이 있습니다. 방황하는 청춘들의 좌충우돌하는 길 위의 삶을 통해 월터 살레스는 이번에도 우리에게 묵직한 통찰을 안겨줍니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가 혁명가로 성장하게 되는 체 게바라가 신음하는 민중의 맨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여정을 담았다면, 이 영화 <온더 로드>는 여행하듯 삶을 사는 한 남자 딘과, 그 딘을 관찰하듯 개입하는 샐의 우정을 통해 미국의 동부와 서부를 종횡무진하는 이들처럼 욕망과 결핍의 극단을 혼란스럽게 오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건져 올립니다. 마치 1940년대 판 <위대한 갯츠비>를 보는 기분이랄까요. 물론 이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늘 마리화나에 쩔어 있고, 섹스에 환장하고, 추레함을 마다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출연진이 빵빵합니다. 주인공 샐을 맡은 샘 라일리는 비교적 덜 알려진 배우이지만, 크리스틴 스튜어트, 커스틴 던스트 등이 짱짱하게 뒤를 받칩니다. 특히 <트론: 새로운 시작>과 <인사이드 르윈>에 나왔던 가렛 헤드룬드가 문제적 인간 딘을 탁월하게 연기합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파격적인 매력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2년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입니다. 3월 2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