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포스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같은 사례가 그렇지요. 판타지의 본질을 판타지로 묘파하는 걸작임에도 불구하고, <해리포터> 같은 말랑말랑한 어드벤처 판타지일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영화를 고른 관객들이 입이 찢어지고 잔인한 장면이 난무하는 이 영화에 엄청난 저주를 퍼부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엔 영화가 잘못일까요, 번짓수 틀린 관객들의 기대가 잘못일까요. 영화에 대한 정보를 왜곡한 마케팅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낚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게 또 마케팅의 논리이기도 하죠.

클라이브 오웬 주연의 <블러드 타이즈>라는 작품을, 저는 제목 때문인지 포스터 때문인지 액션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습니다. 제목이 "Blood Tides"인줄 알았죠. 그런데 "Blood Ties", 즉 혈연이라는 뜻이더군요. 막상 영화는 액션이라기보다 누아르적인 톤의 드라마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영화로 오인하고 본다면 위화감이 들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그런 위화감이 들면 영화 자체의 가치도 폄훼되기 십상이죠.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도 선입견을 버리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이 영화는 형제판 <대부>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형은 범죄자, 동생은 경찰, <영웅본색>의 설정과도 비슷하지만, 여기에는 주윤발이 연기했던 '소마' 같은 캐릭터는 없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가며 서로를 저주하면서도 끝내 형제일 수밖에 없는 이들의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간헐적인 총격전이 등장하지만, 액션 장면은 많지 않습니다. 

영화의 시대 배경이 1970년대 뉴욕이라 그런지, 드라마의 호흡은 다분히 70년대 영화스럽습니다. 그러니까 요즘 영화와는 달리 드라마의 속도가 다소 느립니다. 아마도 그것은 기욤 까네 감독의 다분히 의도된 연출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후반부로 가면서 몰입도를 높여가고, 결국 둔중한 결말을 선사합니다. 꽤 괜찮게 봤습니다. 마치 70년대 누아르 한편을 보고 나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리옹 코티아르, 밀라 쿠니스, 조 샐다나 등 여배우들의 포스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3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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