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인상적인 인도 영화 한편을 언론 시사를 통해 봤습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런치박스>(감독 리테쉬 바트라)라는 영화입니다. 이를테면 <세 얼간이> 같은 작품들이 이른바 '볼리우드(Bollywood,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로 인도의 주류 영화 산업을 일컫는 말)'라고 불리는 인도 대중영화의 저력을 보여준다면, 이 작품 <런치 박스>는 또 한편으로 탄탄한 인도 예술영화의 지평을 확인시키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도의 뭄바이에는 아내들이 만든 도시락을 직장의 남편들에게 배달하는 5천여 명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 특유의 전통적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아주 우연한 배달 사고라는 설정을 통해 인도 사회의 특수성을 훌쩍 뛰어 넘어서는 휴먼드라마적인 보편성과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여주인공인 일라가 남편에게 보낸 도시락이 은퇴를 앞둔 외로운 남자 사잔에게 잘못 배달된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이 각자 지닌 결핍 지점 간의 기묘한 소통이 시작됩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의 작은 변화가 두 사람의 삶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영화에 이런 의미심장한 대사가 나옵니다.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 여기서 목적지는 승객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곳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닿게 되는 곳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경우인지, 영화를 통해 직접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