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사건이 영화가 시작된 지 적어도 20분 안에는 시작되어야 한다는 건, 대개의 상업영화가 지키는 정석입니다. 그래야 관객들을 플롯이라는 버스에 빨리 탑승시켜 앞으로 진행될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 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겠죠.
영화 <몬스터>의 중심 사건은 연쇄살인범 태수(이민기)가 여주인공 복순(김고은)의 여동생을 살해하는 지점일 것입니다. 그 지점부터 두 사람의 충돌이 본격화될테니까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사건이 영화가 시작된 지 거의 30분이 다 되어서 벌어집니다. 그 전까지는 복순과 태수의 캐릭터를 소개하는 데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있죠. (잘 만든 시나리오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거의 한 신 정도로 주인공의 캐릭터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나마 복순이 등장하는 대목은 휴먼 코미디적인 톤이고, 태수가 등장하는 대목은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의 톤입니다. 이 두가지 톤이 왔다 갔다 하니, 영화가 처음부터 갈짓자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두 사람의 그다지 긴장감 없는 충돌은 각자의 사연이 별개로 진행되면서 간헐적으로 벌어집니다. 즉 피해자로서의 복순과 가해자로서의 태수의 이야기가 거의 따로 논다는 얘기입니다.
연쇄살인범이 준수하게 생긴 사이코패스 예술가라는 설정은 <더 파이브>의 설정과 거의 흡사하더군요. 아마도 우연의 일치이겠지요. 그만큼 한국 대중영화 진영의 상상력의 범위가 좁다는 반증이기도 하겠구요. 영화 보는 내내, 시계를 몇 번이나 들여다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김고은이라는 재능 있는 배우를 데려다가 참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