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이 걸작인 이유

영화 이야기 2014. 3. 18. 06:45 Posted by cinemAgora

영화에 대한 비평적/분석적 접근을 할 때 평자에 따라 각각 다른 관점이 동원됩니다. 이를테면, 누군가는 영화가 가진 스토리의 완결성이나 비주얼적인 아름다움을 중요시하는 미학적 접근을 하고, 또 어떤 이는 영화가 삶과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를 중요시하는 철학적 접근을 합니다. 영화의 창작자가 가진 의식/무의식과 그것을 수용하는 관객들의 심리적 경향성을 중시하는, 정신분석학적 접근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세가지 접근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믿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노예 12년>에 솔로몬 노섭이 나무에 목이 매달린채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에서 감독은 모듬발로 어떻게든 목에 걸린 줄의 압력을 줄여 보려는 솔로문 노섭의 안간힘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의 절박한 상황 뒤에서 펼쳐지는 다른 노예들의 일상을 함께 보여줍니다. 목숨이 위태로운 솔로몬 노섭이 화면의 오른쪽에 자리하고 화면의 왼쪽에는 아무 일 없듯 자기 일을 하고 있는 노예들이 보입니다. 정말 기가 막히게 영화적인 장면입니다.

이 한 장면만으로도 <노예 12년>을 걸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영화의 미장센이 플롯 및 주제 의식과 맺는 유기성을 단 하나의 장면으로 보여주는 미학적 경지의 압권을 보여줌과 동시에 노예 제도가 작동하는 시스템에 대한 영화의 역사적 통찰을 함께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순적 요소가 한 화면에 담긴 이 장면을 통해 영화의 주제의식은 관객의 무의식과 접점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어떤 영화도 순수하게 미학적으로만 논할 수 없습니다. 어떤 영화도 순수하게 사회학적으로 논할 수 없습니다. 어떤 영화도 순수하게 정신분석학적으로만 해석될 수 없습니다. 그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합니다. 그리고 그 상호작용을 훌륭하게 수행해낸 <노예 12년> 같은 작품을, 우리는 흔쾌히 걸작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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