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가족의 소중함을 설파하지만, 현실의 가족만큼 위태롭고도 아이러니한 공동체도 없다. 피를 나눈 혈연 공동체, 이론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친해야 할 이들이지만, 현실은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부모자식 간에, 혹은 형제들끼리 서로 헐뜯고 싸우고, 소원해진다. 심한 경우 가족의 연을 끊는 경우도 있다. 가족 구성원 간에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이 생겼다면, 십중팔구는 돈 때문이다. 있으면 서로 더 가지려고 싸우고, 없으면 악다구니를 쓴다.
가족은 개인이 경험하는 최초의 사회다. 그러므로 여기에도 위계는 있다. 즉 권력 관계가 작동한다는 얘기다. 한국처럼 가부장적 문화가 뿌리 깊은 곳이라면, 권력 관계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태어난 순에 따라 재편된다. 따라서 아버지의 행태는 가족의 문화를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불행한 가족이 거의 대부분 아버지가 폭력적이거나 무능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경우가 많은 건 그래서일 것이다.
영화 <오빠가 돌아왔다>(3월 20일 개봉)가 담고 있는 가족도 그런 가족이다. 일찌감치 가출한 아들, 폭력을 못 이기고 아내마저 나가버려 껍데기만 남은 백원만이라는 인물이 이 집안의 가장이다. 중학생 딸 백세주는 툭하면 돈 타령일 뿐, 아버지를 아버지 취급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백원만은 다른 이들의 불법 행위를 신고해 포상금으로 먹고 사는, 치사한 사람이다. 입으로는 법질서를 말하지만, 집안에서는 폭력으로 군림하려는 자다. 백원만이라는 아버지가 한국 사회의 권위 일반이 지닌 모순을 상징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런데 가출했던 아들 백태봉이 임신한 애인과 함께 집에 돌아오면서 일이 꼬인다. 비록 껍데기일지언정 여전히 집안의 터줏대감 행세를 해왔던 아버지가 아들에 의해 안방에서 쫓겨나면서 이 콩가루 집안의 권력 관계는 순식간에 뒤바뀐다. 물리적 폭력 외에는 아버지로서 아무것도 내세울 수 없었던 백원만은 이미 장성한 아들의 물리력에 무릎을 꿇는다. 영화는 이 풍경을 우스꽝스러운 화법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이 시대의 허상만 남은 가부장들을 비웃고 있는 설정 앞에서 씁쓸함이 퍼진다.
<오빠가 돌아왔다>는 그렇다고 해서 명분만 남은 가족의 허상을 까발리는 데 그치진 않는다. 구제불능 가족에게 일말의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것은, 다름 아닌 태봉의 임신한 애인이 가진 순수성이다. 외부로부터 이식된 한 인물의 자극으로 인해 물과 기름처럼 뒤섞일 수 없었던 이 집안에 어렵사리 화합의 장이 펼쳐진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도 했던가. 가족도 마찬가지다. 가까이서 지지고 볶고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듯하지만, 멀리서 보면 티격태격 하며 같은 길을 간다. 그게 가족이라는 것을, 영화 <오빠가 돌아왔다>는 유쾌하고도 따뜻한 감성으로 웅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