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언론 시사회로 영화 <관능의 법칙>을 봤습니다. 이 영화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마이크로 타깃팅'을 하는 영화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작정하고 중년 여성 관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는 얘기입니다.
주인공은 세 명의 40대 여성입니다. 직장 상사에게 배신 당하고 조카뻘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는 방송국 피디 신혜(엄정화), 남편이 비아그라를 먹는 줄도 모르고 일주일에 세번씩 관계를 요구하는 미연(문소리), 이혼한 뒤 장성한 딸을 키우면서 불꽃 튀는 로맨스에 빠진 해영(조민수).
이들 각자의 사연이 교차되어 가면서 한편으로는 풋 하는 웃음과 함께 제법 현실성 있는 드라마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탄 각본을 바탕으로 <싱글즈>(2003)의 권칠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마치 <싱글즈>의 주인공들이 40대가 되었다면? 이라는 가정법을 전제로 만들어진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한편으로 임상수의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의 40대 버전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들구요.
드라마의 업 앤 다운이 심한 요즘 한국 대중영화의 관행적인 호흡을 고려하면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도 드실 겁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게 이 영화가 가진 차별성이자 미덕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지지고 볶으면서도, 서로의 엇갈린 욕망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나가는 것, 그게 40대 여성들의 삶을 통해 영화가 보여주는 인생의 이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월 1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