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이론 가운데 "이용과 충족 이론 Uses and Gratification theory"이란 게 있다. "사람들은 미디어를 자신의 필요에 따라 다르게 이용하며, 거기에 걸맞는 충족을 얻는다"는 게 이 이론의 핵심이다. 미디어의 효과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이며 균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의 이른바 '대효과' 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의 연장에서 나온 이론이다.
그 이론의 틀을 빌자면, 한국 관객들은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며, 따라서 다른 충족감을 얻는다는 게 내 가설이다. 즉, 우리 관객들은 한국영화를 통해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욕구를 실현한다. 반면에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선 일종의 구경 거리, 즉 스펙터클에 대한 체험 욕구를 실현한다.
한국영화에선 "한국적"이란 게 굉장히 중요한 흥행 요소로 작용한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역사적 경험과 사회적 분위기가 반드시 이야기의 요소에 개입되어 있어야 한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최근의 <변호인>까지 대부분의 천만 영화는 모두 한국적 역사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심지어 괴수 영화로 분류된 <괴물>조차, 한강이라는 공간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이면을 은유하고 있었기에 천만 흥행이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한편, 할리우드의 영화의 경우에, 작품성을 인정받은 드라마가 강한 영화보다 시각 효과가 강한 영화들이 주로 인기를 얻어 왔다. 그건 보편적 소재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할리우드의 전략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때문에 더더욱 관객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스펙터클의 소비'라는 이용과 충족의 관습적 틀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론: 한국 관객들에게 할리우드 영화는 '시청각적 오락'이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