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영화는 흥행에 유리한 중심 컨셉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최근 개봉한 영화 <동창생>이 전형적인 기획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주연배우를 중심 컨셉으로 잡아 놓고, 나머지 것들을 거기에 '동원'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 영화의 배경인 남북 분단 상황이나 간첩이라는 설정은 사실상 주인공 최승현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가져다 붙인 '핑계'라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기획 과정을 유추해본다면, 이렇다.
<동창생>의 중심 컨셉
*최승현은 멋지게 보여야 한다--> 모터싸이클을 타는 훈남 간첩
*최승현은 순박한 사랑을 해야 한다 --> 고등학생으로 위장
*최승현은 정의로운 사람이어야 한다 --> 왕따 여고생을 도와줌
*최승현에게 절박한 사연이 있어야 한다. --> 두고 온 여동생
영화 <동창생>은 많은 훌륭한 기획 영화들이 동시대 관객들의 정서에 기반한 컨셉을 추출해 낸 것과는 사뭇 다른 길을 간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의 롤 모델은 원빈 주연의 <아저씨>였던 것 같은데, <아저씨>의 경우엔 한 눈 팔지 않고 폭주하는 에너지가 있었다. 그러나 <동창생>의 최승현은 임무도 수행해야 하고 사랑도 해야 하므로 자주 한눈을 팔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니 안될 수밖에 없다. 훈남 최승현은, 굳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빅뱅의 무대로도 충분히 멋지기 때문이다.
역시 분단 상황의 간첩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가운데 <의형제>가 있다. 그러나 <의형제>는 <동창생>과 반대의 경우다. 즉, 주인공이 먼저 있고 스토리가 동원된 것이 아니라, 스토리 컨셉을 먼저 설정하고 캐릭터와 신 설정을 창출한 경우다.
<의형제>의 중심 컨셉
*국정원 요원과 남파 간첩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
-->초반부 액션신, 분단의 대립적 현실을 상징화
*그들은 동병상련의 처지가 된다.
--> 송강호와 강동원의 동거, 분단 현실을 넘는 실존적 인간의 조우
*대립적이었던 두 인물은 마침내 의형제가 된다.
-->후반부 액션신, 남북 화해를 향한 열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