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단상

영화 이야기 2013. 10. 23. 08:08 Posted by cinemAgora



영화 <그래비티>에 대한 극찬들이 쏟아진다. 나도 이 영화를 즐겼다. 그러나 이 정도의 극찬은 과하다 싶다. 왜냐면 대부분의 극찬들이 이 영화가 가진 서사의 참신성이 아니라 테크놀로지적 성취에 대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테크놀로지적 성취는 정확하게 말해 돈의 예술이지 사람의 예술이 아니다. 즉 작가적 목소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화 <그래비티>가 우리에게 어떤 성찰을 안겨줬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중력의 소중함? 익숙한 것에 대한 고마움? 상투적이다. 사실 <그래비티>의 서사 구조는 인류가 탄생한 이래 수천만 차례 반복한 것이다. 고향으로의 회귀. 일찍이 기원전 8세기에 호메로스의 <오뒤세이아>가 말했던 이야기다. 단지 그것이 그린스크린과 CG 기술에 의해 우주 공간이라는 가상의 시각 공간으로 이동해 동어반복됐을 뿐이다. 그리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어느 순간, 우리는 "관객은 왕"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지배 당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이 영화를 즐겼다면, 그 영화는 훌륭한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비겁함은 내 감상이 나만의 것인지 혹은 다른 사람도 동일하게 느끼는 것인지 헤아리게 만든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도 극찬 일색이다. 그렇다면 안심이다. 나는 제대로 느꼈다! 라고 우리는 위안 받고 싶은 것이 아닐까?

어쩌면 이런 풍경 조차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스탠리 큐브릭과 <대부>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와 <택시 드라이버>의 마틴 스콜세지 같은 작가의 목소리를 목도할 수 없는 관객들의 자위적 아우성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뭐랄까, 나는 그냥 처량하다. 이런 우리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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