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장르'라는 게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패러디 영화도 메타 장르 가운데 하나죠. 이를테면 <무서운 영화>나 <스크림> 같은 작품입니다. 공포 영화의 온갖 상투적 관습들을 끌어와서 엎어치고 매치면서 재미를 이끌어 내는 영화입니다. 이런 경우, 관객은 메타 장르 영화가 패러디하는 원 장르에 대한 기본 이해를 영화와 공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낄낄거리며 영화가 조롱하는 지점을 함께 비웃을 수 있는 것이죠.
<킥 애스 2: 겂없는 녀석들>도 일종의 메타 장르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는 슈퍼 히어로물에 대한 메타적 해석을 시도하는데, 당연하게도 그 해석은 굉장히 장난스럽습니다. 주요 인물들의 이름부터 그렇습니다. 주인공 "킥 애스"는 엉덩이를 걷어찬다는 뜻이지요. 여주인공 이름은 "힛걸"이고, 또 다른 영웅 이름은 "나이트 비치"(밤의 년?), 악당 이름은, 전통적인 미국 욕설 "마더퍽커"입니다. 그러니까 애시당초 이 영화를 전형적인 슈퍼 히어로 영화로 이해하고 본다면, 극장문을 나서면서 "마더 퍼커!"라고 욕하기 십상입니다. 이 영화는 오히려 슈퍼 히어로라는 문화가 상징하는 바를 실컷 조롱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니 "시시한 영웅 놀이는 끝났다"는 영화의 홍보 카피는 발칙한 반어법입니다. 이 영화 자체가 시시한 영웅 놀이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이 영화의 인물들은 슈퍼 히어로가 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얼치기들입니다. 세상을 악으로부터 구원해야겠다는 소명심은 그저 핑계입니다. 이들은 그저 영웅이 되고 싶고, 그로부터 한 없는 정신적 만족을 느끼는 이들입니다. 따라서 영웅의 유니폼을 입는 건 대단히 중요합니다. 중요한 건 정의 구현이 아니라 "폼"이거든요. 그러니까 본질이 아니라 치장이 중요한 것이죠. 장식은 슈퍼 히어로라는 아이콘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악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반영웅도 영웅인지라, "마더퍼커"는 자신의 악행을 트위터와 유튜브에 올리기를 즐겨합니다. 영웅들은 마더퍼커의 트위터 팔로워수가 늘어나는 게 불만입니다. 그래서 그를 응징하러 나섭니다. 영웅이 사라진 시대의 유사 영웅 놀음과 유비쿼터스 시대의 나르시즘적 심리를 교묘하게 엮어 놓은 설정입니다.
<킥 애스 2: 겁 없는 녀석들>은 "내가 없으면 정의도 없다"고 착각하는 슈퍼 히어로를 정신 분열자의 위치로 복원(!) 시켜 놓고, 실컷 조소합니다. 이런 설정은, 톤은 완전히 다르지만,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2009)과도 일맥상통하죠. <왓치맨>의 슈퍼 히어로들은 '국가 폭력'을 대리하는 사실상의 파시스트이거나, 자신의 성적 무능력에 대한 대리만족으로써의 마스터베이션적 폭력을 정의라고 착각하는 이들로 묘사되거든요.
아무튼 이런 메타 장르가 조소하는 슈퍼 히어로들을 우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틈만 나면 '좌빨 척결'을 외치시며 가스통을 들고 거리에 나오시는 할배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