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재스민'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영화 이야기 2013. 10. 10. 06:09 Posted by cinemAgora



미켈란젤로가 말했던가. "그 조각은 원래 돌속에 있었다. 난 그저 필요없는 부분을 깎았을 뿐." 


배우라는 조각을 발견해낸다는 점에서 우디 알렌은 21세기의 미켈란젤로다. <블루재스민>(9월 26일 개봉)에선 케이트 블란챗이라는 조각이 서광을 맞았다.

뉴욕 상류층에서 하루 아침에 알거지 신세로 전락한 재스민이 샌프란시스코의 대략 형편 없이 사는 동생 집에 얹혀 살면서 인생 재기를 노린다. 돈 잘 버는 남편 만나 팔자 고친 줄 알았더니 그 팔자가 개팔자였던 것인데, 이 여자 버릇 못고치고 동생의 노동자 애인을 '루저'라고 부르고, 여전히 잘 나가는 남자만이 인생 역전을 위한 유일한 승부수라고 생각한다. 이 가련한 여인의 운명을 누가 구원할 것인가. 

버트란트 러셀은 말했다. "부는 사랑의 시늉뿐만 아니라 사랑의 실체도 종종 살 수 있다. 공정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이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이 속된 유행가 가사처럼 재스민의 영혼을 무릎 꿇게 하는 것도 그 놈의 상승 욕망이다. 그건 사랑으로 치장된 우아함이었을 뿐. 그 시절에 대한 환멸과 동시에 그리움도 간직한 그녀는 끝내 스스로를 기만하는 족쇄를 벗어던질 수 없다. 

한동안 유럽을 돌며 이국적인 풍광 속의 지지고 볶는 사랑의 속살을 드러내 보이던 우디 알렌은 모처럼 미국으로 돌아와, 뉴욕이 아닌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적 삶, 그러니까 루이 비똥과 샤넬 향수, 수십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 팔찌가 있어야 가능한 조장된 낭만, 혹은 상류층의 허위 의식으로 똘똘 뭉친 사랑 방정식을 실컷 비웃는다. 

이 냉소는, 역시나 우디 알렌의 것이기에 매력이 철철 넘친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깎아낸 또 하나의 조각, 케이트 블란챗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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