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프로젝트>를 IPTV로 뒤늦게나마 봤다. 무려 인기 순위 4위에 올라 있다. 대구와 광주 등의 상영관에서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매진이 잇따르고 있다니, 이 영화의 상영을 막으려고 애쓴 "정체불명의 세력"은 흥행에 오히려 단단히 협조를 한 셈이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은 만약 추적 60분이나 PD 수첩이 제 기능을 했다면, 공중파 TV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도 상식적으로 크게 문제 삼을만한 것이 아니다. 다만, 천안함 사건이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폭침"이라는 정부의 너무 신속한 발표에 대해 몇가지 의문점을 열거하며 합리적 의심을 보내고 있는 작품이다.
게다가 영화의 톤도 상당히 조심스럽다. 즉 천안함이 좌초된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할 뿐이지, 좌초라는 결론을 짓고 논리를 전개시키는 영화가 아니라는 얘기다.
혹자들은 이 영화가 천안함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말한다. 만에 하나, 이 사회의 많은 이들이 '믿고 싶은대로 믿은' 정부 발표가 진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오히려 희생자들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성환 철학가의 말로 시작을 열고 끝을 맺는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그의 말대로 "의심이 소통의 시작"이라는 것이고, 그 전제 하에서 <천안함 프로젝트>는 합리적인 의심을 적대시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종북으로 옭아매며 소통을 원천봉쇄하는, 이 사회 언로의 일방통행적 폭력성을 상기시킨다.
진짜 슬픈 것은 정작 영화의 내용이 아니다. 기껏 이런 정도의 논의가 겁박의 대상이 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슬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