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독과점 논쟁의 이면

영화 이야기 2013. 8. 10. 09:50 Posted by cinemAgora

스크린 독과점과 관련한 논의가 어떤 분들에게는 여전히 "소귀에 경읽기"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또는 대자본과 공생해야 창작이 보장될 수 있다는, 지금은 놀고 있으나 언젠가 그들과 줄을 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기도 하죠. 

하여, 원래 산업 안에 깊숙히 발을 들인 분들은 사안을 객관화해서 냉철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이번 이슈에 대해서도 하게 됩니다. 스크린 독과점과 관련해 영화과 교수들과 평론가들은 성명을 내지만, 정작 창작 사이드에선 입장 표명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저 얄미운 공룡이 그래도 우리 밥줄인데, 하는 생각 말입니다. 밥,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 생각도 존중합니다. 그러나, 그런 태도를 비웃는 시선도 존중해주십시오. 

혹자는 스크린 독과점이 있어서 그나마 430억 짜리 영화도 만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논리를 들이댑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박정희의 독재가 있어서 그나마 우리가 이만큼 살 수 있게 됐다는 논리와 뭐가 다른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430억 짜리 영화가 시민의 영혼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그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그런 논리라면 심형래의 <디워>는 더욱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영화였죠. 비록, 그것이 자위적이고 유치하며 곧 증발될 것이라 할지라도, 한때나마 국민들의 자긍심을 키워 주었으니까요. 

또 혹자는 스크린 독과점은 롯데도 하고 쇼박스도 하고 NEW도 하고, 다 하는데 왜 CJ만 콕 찝어 자꾸 공격하냐고 저한테 뭐라 그럽니다. 원래 가장 효과적인 싸움의 전술은 최강자를 집중 공격하는 것입니다. 그건 <공공의 적>의 강철중도 아는 이치입니다. "형은 한놈만 팬다. 죽을 때까지 팬다." 

스크린 독과점은 창작자의 자유를 제한합니다. 그래서 반대합니다. 무엇보다 스크린 독과점은 관객의 선택권을 제한합니다. 그래서 반대합니다. 이 자명한 이치가 "아니다"고 말하거나 문제가 있지만 영화계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눈가리고 아웅'입니다. 셀프 개혁을 '명' 받은 국정원이 정말 "알아서" 개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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