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심리학에서는 인간을 "인지적 구두쇠"라고 부르더군요. 사람은 자신의 심리 안에서 처리 가능한 정보만을 취사 선택하거나 그걸 기준으로 삼는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그래서 선택적 노출이나 선택적 주목 같은 현상도 벌어지는 거겠구요.
편리한 예로 조선일보만 보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조선일보에 선택적 노출되고, 조선일보가 보는 프레임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선택적 주목을 일삼는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들이대면 대개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여기선 리언 페스팅어의 '인지부조화' 이론이 적용되겠지요. 사람은 자신의 기존 신념과 배치되는 새로운 정보를 접하게 되면, 기존 신념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정보를 왜곡해서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새로운 정보를 수용해 신념을 수정하는 데 정신적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앞서 언급한 '인지적 구두쇠' 효과는 인간 관계에서도 쉽게 발견됩니다. 누군가를 자신의 심리적 현저성에 근거해 재단하고 폄훼하는 현상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의 과거에 대한 안좋은 인상을 받았다면, 그가 지금 어떻게 변했든, 쉽게 끄집어내기 좋은 기억 안의 과거를 기준으로 그를 판단하는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변합니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가 같은 사람이 아니듯 다른 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은 변하되, 다른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매우 편협한 가정을 쉽게 실천에 옮깁니다. 자신의 심리적 현저성을 동원해 누군가를 돌돌 동여맨 뒤 박제로 만들어버리죠.
이런 버릇을 극복한 자만이 비로소 '용서'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