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언론사 영화 담당 기자가 국내 메이저 배급사 홍보 담당자를 만나 나눈 대화를 전해 들었다. 그는 "우리도 피해자"라면서 <아이언맨 3>가 1,300개 스크린을 확보한 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건, 명백한 거짓말이다.
한국 극장가의 스크린 독과점은 한국의 메이저 배급사들이 솔선수범했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2006년 <괴물>이 사상 최다 스크린인 700개 상영관을 확보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었다. 문화 애국주의자들이 분연히 저항했다. 다, 한국영화 잘되자고 하는 짓인데, 초치지 말자고.
이듬해 할리우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가 900개 스크린을 확보했다. 역시 사상 최다 스크린 경신이었다. 나는 당시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할리우드는 알고 있다. 지난 여름 한국영화가 한 짓을."
말하자면, 한국의 메이저 배급사들은 스크린 독과점을 향한 일종의 쇄빙선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들이 길을 뚫으면 할리우드가 그 길로 무혈 입성한다. 그래 놓고, "우리도 피해자"라니! 개가 웃을 일이다.
<위대하게 은밀하게>가 한국영화 최초로 1,000개 스크린을 확보했다. 언론은 또 한번 "한국영화 만세!"라는 유치한 구호를 외칠 것이고, 역시 또 한번 할리우드는 쾌재를 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