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미드나잇' 세월은 흐르고

영화 이야기 2013. 5. 17. 06:59 Posted by cinemAgora



<비포 미드나잇>을 언론 시사로 봤습니다. 여전히 이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주인공입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달뜨고 설렌 사랑에 무작정 비엔나에 내렸던 그 때가 이십대 초반이었으니까 이제 그들은 마흔이 넘었습니다. 

<비포 선셋>에서의 우연하고도 강렬한 재회를 거쳐 <비포 미드나잇>에서 두 사람은 같이 사는 사이가 됐습니다. 게다가 둘 사이에 쌍둥이 딸도 생겼습니다. 이단 호크는 미국에 사는 전처와 이혼하고 줄리 델피와 프랑스에 새 살림을 꾸렸고, 7년 정도 같이 산 것으로 설정돼 있더군요. 

<비포 선라이즈>에선 살떨리는 로맨스를 나누던 그들은 <비포 선셋>에서 온갖 철학과 예술을 논하더니, <비포 미드나잇>에선 그리스로 휴가 여행을 와 고작 아이들의 양육 문제와 이단 호크가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문제를 놓고 영화 내내 다툽니다. 나이가 들고, 로맨스는 증발되고, 이제 그들에게도 "생활"이 남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종종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합니다. 

줄리 델피가 묻죠. "지금의 내 모습이라면, 당신이 기차 안에서 우연히 나를 보고 그때처럼 무작정 함께 내리자고 하겠어?" 이단 호크는 슬쩍 비껴갑니다. "질문을 이렇게 해보지, 만약 내 모습의 남자가 당신한테 무작정 같이 내리자고 하면 내리겠어?" 줄리 델피는 흔쾌히 말합니다. "누가 당신 같은 늙은 남자한테 반해서 내리겠어?" 

세월은 흐르고, 그 아름다웠던 청춘 남녀도 변했습니다. 이단 호크는 아랫배가 쳐진 아저씨가 됐고, 줄리 델피는 뚱뚱한 아줌마가 돼 버렸죠. 영화의 배경이 그리스라는 건 의미심장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유적지를 거닐며 그들은 시간이 만들어낸 흔적 속에서 인간의 감정 또한 흔적으로만 남는다는 것을 새삼 깨우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끝끝내 로맨스의 흔적을 상기하는 것, 그것도 어쩌면 사랑의 한 측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영화를 보면서 했습니다. 

어쨌든 아저씨 아줌마가 돼 버린 두 사람은 여전히 어여쁘고, 여전히 사랑스럽습니다.

트위터에는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이렇게 썼습니다. "영화 사상 가장 멋진 부부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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