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질문을 해보자. 당신은 섹스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는가? 아마 리비도가 하늘을 찌를 기세의 나이라면 “아주 많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섹스를 얼마나 자주 누리는가? 지금까지 몇 명의 섹스 파트너가 있었나? 섹스에 대한 이런 질문들부터 사실 상황이 조금 복잡해진다. 인간이 누리는 여러 욕구 가운데 가장 복잡한 게 섹스다. 이유가 뭐냐고? 간단하다. 마스터베이션이 아닌 이상, 섹스할 상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몸과 마음에 맞는 상대. 짐승이 아닌 이상, 길 가는 아무나와 살을 섞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물론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는 부류도 있긴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 보자. 결정적인 질문이다. 당신은 섹스가 인권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즉, 당신은 섹스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 말이다. 아마 대개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섹스는, 결혼한 부부의 점점 지루해지는 밤의 일상이거나 연인들의 모텔 이벤트, 혹은 적어도 운이 좋은 사람들의 것이라고, 섹스적 소수자(이런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들은 생각할지 모른다. 섹스는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인데 마땅한 상대가 없으면 운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남자들의 경우엔 그 나쁜 운을 보충할 기회가 널려 있다. 우리 사회가 “매춘”이라고 부르는, 즉 성거래로 그 욕구를 임시방편으로 채울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성욕을 어떻게 해결할까. 마땅한 파트너가 없다면 더더욱 난감한 문제다. 들이대주는 남자가 없는 이상, 우리 사회의 여성은 먼저 들이대는 데 익숙하지 않다.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먹고 마시고, 잠자고, 배설하는 것과 똑같이 섹스라는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섹스도 인권의 한 영역이라는 주장을 이렇게 길게 주창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번 호에 소개할 영화가 바로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아야만 온전히 이해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이라는 영화는 섹스, 특히 장애인의 섹스에 대해 다룬다. 소아마비로 전신을 움직일 수 없는 가련한 남자 마크(존 혹스)는 평생 섹스란 건 상상도 못하고 살아온 38살 싱글 남자다. 하지만 그에게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욕구가 있다. 여자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결을 느끼고 싶다. 카톨릭 신자인 그는 신부에게 묻는다. “신부님, 섹스하고 싶은 게 죄인가요?” 사려 깊은 신부는 혼인 전의 섹스를 카톨릭이 금지하고 있다는 걸 잘 알지만, “신이 당신에게만은 그걸 허락한 것 같네요.”라는 말로 사실상 그의 욕망을 추인한다. 비단 신부가 아니더라도 과연 누가 그에게 “당신은 섹스하면 안돼요”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쨌든 이제부터 마크는 섹스 치료에 들어가고 전문가가 파견된다. 섹스 치료사 셰릴(헬렌 헌트)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된다. 첫 만남에서 셰릴은 말한다. “나는 매춘부가 아니에요. 지금부터 나는 당신이 온전히 섹스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 마크와 셰릴에겐 6번의 세션이 예정돼 있다. 첫번째 세션에서 마크는 셰릴의 벗은 몸을 보자 마자 사정해 버리고 만다. 그들이 함께 하는 세션의 목표는 마크가 온전히 삽입에 성공해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섹스의 과정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불행히도 마크는 매번 실패한다. 하지만 점점 더 발전(?)한다. 


셰릴의 전문적이고도 헌신적인 치료에 힘입어 마크는 비로소 섹스의 희열을 알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다. 몸과 몸의 소통에서 빚어지는 감정의 발산, 즉 로맨스가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다. 마크는 셰릴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를 써서 보낸다. 셰릴은 이런 마크의 감정 전이적 반응을 이미 예견한 듯 하다. 그렇다면 마크의 사랑에 대해 그녀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섹스는 인간의 모든 욕구 가운데 도덕이 가장 완고하게 개입하는 영역이다. 대부분의 종교는 혼전 성교를 금지하고 있다. 혼외 정사도 물론 금기다. 일부일처제라는 결혼제도의 틀 안에서만 섹스를 허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런 금기는, 그 유명한 킨제이 보고서만 보더라도 알다시피, 많은 사람들이 어기고 산다. 어쨌든 종교적으로 아무리 완고한 그 누구라고 할지라도, 과연 카톨릭 신자인 마크가 섹스 치료라는 형식을 빌어 혼전 성교를 시도하는 걸 비난할 수  있을까. 한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인 셰릴이 마크의 인권을 위해 섹스하는 걸 비난할 수 있을까. 그런 흥미로운 질문을 호기롭게 던지는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은 역설적이게도 결코 야하지 않다. 여기에선 인간과 인간의 소통 기제로서의 섹스가 있다. 그러기에 두 사람의 섹스는 아름답다. 영화가 끝날 즈음에 당신의 눈엔 오히려 눈물이 맺혀 있을 것이다. 


2013. 1. 빅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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