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천만 돌파 초읽기

영화 이야기 2012. 10. 18. 09:50 Posted by cinemAgora

 

 

지난달 영화 <도둑들>이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데 이어 또 한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무려 5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천만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는데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10월 17일까지 총 963만 명의 관객을 모았습니다. 평일에도 8만 명에서 9만 명 안팎의 관객들을 꾸준히 동원하고 있는데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주말에 누적 관객 천만 명을 돌파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난달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도둑들>에 이어서 한달만에 한국영화로는 일곱 번째 천만 영화가 탄생하게 되는 셈입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으로는 <왕의 남자> 이후 두 번째 천만 영화가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이렇게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이유, 어디에 있을까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데요, 일단 영화 자체가 상당히 흡인력 있는 드라마적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 걸 빼놓을 수 없겠죠. 추창민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그리고 이병헌, 류승룡 등의 열연이 적절하게 조화를 잘 이뤘습니다. 여기에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코믹한 요소와 감동적인 요소가 영화 안에 잘 버무려져 있다는 것도 대박 흥행을 견인한 주요 요소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시기적인 상황도 이 영화의 흥행에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렇게 보는데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국에 서민적인 리더십을 갈구하는 관객들의 열망에 영화가 담고 있는 가짜왕, 즉 하선이 일종의 대리만족을 안겨준 것도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분석해 볼 수 있겠습니다. 때맞춰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두 대선 후보가 영화를 관람한 것도 막판 뒷심에 한 몫을 했죠.

 

또 산업적인 측면도 고려해볼 수 있겠는데요, 이 영화의 배급사가 CJ E&M인데요, 몇 년째 국내 배급사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는 업체였는데, 올해 굉장히 흥행 실적이 부진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여름의 <7광구>의 흥행 실패, 그리고 지난해 말 <마이웨이>의 흥행 실패, 또 지난 여름 개봉했던 <알투비 리턴 투 베이스> 등 나름의 야심작들이 모두 흥행에 실패하면서 선도 배급사로서의 위상이 상당히 흔들렸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나온 여섯 편의 천만 영화 가운데 CJ가 배급한 영화는 <해운대> 딱 한 편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초기 반응이 좋게 나오자, 반드시 천만을 넘겨야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대규모 물량 공세를 쏟아부은 것도 천만 달성에 배경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변칙적으로 개봉일을 한 주 앞당기면서 시장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비난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만큼 CJ가 흥행 실적에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몇 년 째 배급사 순위 1위를 차지했던 회사 치고는 횡포에 가까운 상황이었다는 비판을 들어도 변명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운도 상당히 좋았는데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극장에 걸려 있는 동안 개봉된 경쟁작들이 모두 부진한 성적을 냈죠, 거의 같은 시기에 개봉한 <간첩>이라는 영화가 그다지 좋은 흥행 성적을 내지 못했구요, 이달 초에 개봉한 <점쟁이들>이라는 영화도 흥행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지난 주에 개봉한 소지섭 씨 주연의 <회사원>이라는 영화도 <광해>의 벽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렇게 다른 영화들의 흥행 부진이 <광해>의 흥행 가도에 일종의 호재로 작용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둑들>에 이어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짧은 기간 안에 두 편의 영화가 천만이 넘으면서 한국영화가 또 한번 전성기를 맞았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과연 전성기일까요. 지난 2007년 한국영화 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 40%로 곤두박질치면서 상당히 어려운 시절을 겪었는데요, 수많은 영화사들이 도산하고 영화 스탭들이 현장을 떠나는 상황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한국영화계에 끼었던 거품이 어느 정도는 빠지게 됐구요, 투자금이 넘쳐 흘러서 주먹구구식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던 이전과 달리, 좀더 면밀하고 치밀한 기획이 선행되는 영화 제작 방식이 정착된 게 올해 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이렇게 봅니다.

 

하지만 천 만 영화가 두 편이 나란히 나왔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지난 2003년에도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 두 편이 나란히 천만 돌파를 했지만, 1~2년 뒤에는 아주 힘든 상황이 됐거든요. 그런만큼 한국영화계의 체질이 건강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영화 산업의 특성상 언제든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될 것 같습니다.

 

당장 메이저 배급사로의 지나친 집중 현상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극장 체인과 투자 배급사를 가지고 있는 메이저 배급사들이 최근에는 제작에도 간여하면서 제작, 배급, 상영, 3개 분야를 모두 장악하는, 이른바 수직계열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데요, 이러다 보니까 천만 영화는 관객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 배급사가 만든다, 이런 소리가 나오고 있구요, 제작사들의 자율성이나 창의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메이저 집중화 현상은 한국영화계가 극복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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