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아웃: 익스트림 미션'

영화 이야기 2012. 7. 2. 09:11 Posted by cinemAgora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는 대개 디스토피아를 전제로 한다. 리들리 스콧의 걸작 SF <블레이드 러너>에선 인간에 저항하는 복제 인간과의 한판 사투가 벌어지고, 폴 버호벤의 <로보캅>에서는 온통 무법 천지의 도시 치안을 로봇 경찰이 힘겹게 사수한다. <터미네이터>의 미래는 핵 전쟁으로 인류가 절멸 위기에 놓이고 인간은 지하 저항군이 돼 인간보다 더 위력적이 된 기계들과 싸워야 하는 시대다. 비교적 최근작인 <디스트릭트 9>에선 지구로 피난온 외계인들을 도시 바깥으로 쫓아내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전쟁이 벌어진다.

 

한 마디로 이들 영화에서 인류의 미래는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 오히려 암울하기 짝이 없다. ‘걸작’으로 추앙받는 SF가 인류의 미래를 어둡고 위협적으로 그리는 것은, 결국 현재의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미래라는 가상의 시공간에 반영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의 정체는 대체로 핵무기의 위협과 문명의 이기다. 이런 전통은 리들리 스콧이 최근에 선보인 <프로메테우스>에서도 이어진다. 그는, <에일리언>의 프리퀄과도 같은 이 작품을 통해, 인류의 기원을 좇는 과정에서 문명 비판적 메시지를 슬쩍 얹는 것을 잊지 않는다.

 

프랑스 출신의 흥행사 뤽 베송이 각본과 제작을 맡은 <락 아웃 : 익스트림 미션>도 예의 암울한 미래 공간을 상정하고 있다. 2079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은 이 작품은 지구 상공에 떠 있는 우주 감옥을 묘사한다. 이 감옥에는 흉악범들만 수감돼 있는 데 그들은 각자의 캡슐 안에서 이른바 ‘활동 정지’ 상태로 잠들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선 알아야 할 것은, 앞선 SF 걸작들처럼 이런 설정이 묵시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오히려 가장 뤽 베송 답게 오락영화적인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 영화에서 <아바타>나 <인셉션>을 봤을 때만큼이나 뭔가 묵직한 여운을 안고 나올 거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두는 게 좋겠다.

 

우주 감옥에 대통령의 딸이 시찰을 나간다. 그녀는 이 감옥의 재소자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나갔지만 불의의 사고와 맞닥뜨리고 만다. 재소자 중 하필 가장 악랄한 녀석을 면담자로 뽑은 게 화근이었다. 재소자 폭동이 일어나고, MS1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순식간에 전복된다. 재소자들은 이제 직원들과 대통령의 딸을 인질 삼아 이곳을 탈출하려 시도한다. 그러나 정부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해결사를 파견하다. 그는 바로 전직 CIA 요원으로 반국가 행위 음모 혐의를 받고 이곳으로 오게 돼 있었던 스노우. <다이 하드>의 브루스 윌리스가 고층 건물이나 비행기에서 “죽기도 힘든“ 액션의 향연을 펼쳤다면, 가이 피어스가 연기하는 스노우는 MS 1 안에서 ‘다이 하드적’인 우주 액션의 향연을 시작한다. 그의 임무는 흉악범에 의해 점령된 우주 감옥에서 대통령의 딸을 구하는 것. 그리고 말할 수 없는 또 한가지.

 

<락 아웃 : 익스트림 미션>은 다소 가벼운 영화의 제목과 마찬가지로 묵시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폼을 잡는 SF가 아니다. 다시 말하거니와 이 작품은 그냥 오락 영화인데, 차별성이 있다면 첩보 스릴러와 SF 액션을 접목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액자처럼 첩보 영화가 SF라는 알멩이를 감싸고 있는 듯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런 영화를 일컬어 ‘킬림타잉용’ 혹은 ‘팝콘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차피 한 시간 반을 정신 없는 액션의 향연으로 이끌어 보자는 게 뤽 베송의 의도였다면, 그 의도는 꽤나 성공적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뭐 그다지 크게 남는 건 없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적어도 시계를 쳐다 볼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2012. 6 빅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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