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금 영화의 흥행 법칙

영화 이야기 2012. 5. 10. 11:38 Posted by cinemAgora

최근 한국영화계에 18금 영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들이 잇따르고 있다는 얘긴데요.

수위가 높은 노출신이 등장하는 영화라도, 흥행에선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올 봄에 이어지고 있는 18금 영화의 행렬에 첫 테이프를 끊은 영화는 바로 에로틱 코미 스릴러를 표방한 <간기남>이라는 작품입니다. 지난달 11일 개봉했는데요. 영화 제목 <간기남>은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라는 뜻이라고 하는데요,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간통 전문 형사입니다. 어느날 남편의 간통 현장을 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현장에 갔다가 살인 사건에 엮이게 되는 상황을 한편으로는 코믹하게, 한편으로는 스릴러의 호흡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미스터리를 품은 미망인으로 등장한 박시연 씨가 꽤 수위 높은 노출신을 선보였습니다만, 흥행 성적이 아주 좋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주말까지 120만 명 수준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지난달 말에 개봉한 <은교>라는 작품도 있죠. 박해일 씨가 70대 노인으로 분해서 주목을 끌었는데, 이 작품 역시 흥행면에서는 썩 잘됐다고 말씀드리기가 힘듭니다. 개봉 2주차인 지난 주말까지 100만 명을 넘어섰는데요,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로 이 정도로도 선전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어벤저스>의 파상 공세에 밀리면서 기대를 밑도는 관객 동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은교>는 박범신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70대 노인과 여고생 간의 사랑을 담아내고 있는데요, 다소 자극적인 설정 속에서 두 차례의 꽤 수위 높은 베드신이 등장합니다.

 

 

 

 

앞으로도 18금 영화가 몇 편 더 이어집니다. 당장 다음주에 임상수 감독의 신작 <돈의 맛>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 역시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입니다.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라는 영화와 더불어 나란히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있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영화 <돈의 맛>은 한 재벌 가문을 중심으로 황금 만능주의에 찌든 인물들의 탐욕과 욕정을 풀어 놓고 있는 작품입니다. 백윤식, 윤여정, 김강우, 김효진 등의 배우들이 호흡을 맞췄는데, 영화 속에서 꽤 강도 높은 베드신이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음달 초에 개봉하는 김대승 감독의 작품 <후궁: 제왕의 첩>이라는 작품도 에로틱 사극을 표방한 작품입니다. <방자전>이라는 작품에서 춘향이를 연기했던 조여정 씨가 이번에는 후궁으로 분해서 역시나 높은 수위의 노출 연기에 도전한다고 합니다. 상대역으로는 <국가대표>에 나왔던 김동욱 씨와, 모델 출신의 배우 김민준 씨가 나옵니다. 영화의 제목에서부터 물씬 풍겨 나오듯, 궁중을 배경으로 상당히 에로틱한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이렇게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들이 잇따르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영화가 기획되고 개봉할 때까지 평균 2년에서 3년 정도 걸립니다. 그런 걸 감안하면 지금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지난 2008년 말에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던 유하 감독의 <쌍화점>이라든가, 같은 해 개봉한 <미인도>, 그리고 2010년의 <방자전> 같은 영화들의 흥행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에로틱한 영화로 승부수를 거는 건 한국영화계의 오랜 전통이기도 합니다. TV 매체와 볼거리를 앞세운 할리우드의 양면 협공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일종의 틈새 시장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가만히 살펴 보면 노출 수위에 따라 흥행 희비가 엇갈리는 게 아니라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많이 벗었다고 해도, 영화 흥행은 또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3년에 개봉한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이라는 작품이죠. 에로 영화 전문 감독으로 잘 알려진 봉만대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상당한 수위의 베드신이 등장합니다만, 극장 흥행에서는 고배를 마시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쌍화점>이나 <미인도> <방자전> 같은 영화는 흥행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죠.

 

이런 사례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에로틱하되, 에로틱한 면이 전면에 부각되는 영화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에로틱한 부분을 드라마에 녹여내면서 슬쩍 가리는 전략이 성공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은데요. <쌍화점>이나 <방자전>도 그런 전략을 구사해서 성공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죠.

 

또 하나, 최근 한국영화계에 유행되는 흐름 가운데 하나가 에로틱한 설정을 시대극의 틀로 담아내는 겁니다. <쌍화점>도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왕의 호위 무사와 왕비와의 격정적인 사랑을 담아내 성공한 경우죠. 앞서 김대우 감독의 <음란 서생>이라는 작품 역시 한 한량 사대부와 후궁 간의 은밀한 사랑을 코믹 사극의 형식으로 담아내 흥행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야하되, 야한 부분이 너무 도드라져선 안된다 이 얘기입니다. 왜 그런걸까요. 성적인 코드에 대한 관객들의 이중적 태도가 관련돼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성적인 코드가 전면에 드러나게 되면, 관객들이 민망해 하거나 거부감을 갖기 십상이죠.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이렇게 홍보를 하게 되면, 관객들이 갖는 거부감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국 18금 영화가 일종의 해법을 찾아내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또 하나 의미심장한 흐름은 여자 배우 못지 않게 남자 배우의 노출도 중요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야한 영화의 주요 소비층 가운데 여성 관객들도 많기 때문에 그들의 관음적인 욕망도 어느 정도 해소시켜주는 흥행 전략이 최근 들어 자주 구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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