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한국영화 대방출

영화 이야기 2012. 1. 20. 06:30 Posted by cinemAgora

곧 설 연휴죠, 극장가는 또 한번의 대목입니다. 올해 설 극장가에도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한국영화들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회 비판 영화에서부터, 가족 휴먼 드라마, 그리고 멜로 영화까지 모두 4편의 한국영화가 흥행 각축전을 벌입니다.

작년 설에는 유난히 시대극이 많았었죠. <평양성>이나 <조선명탐정> 같은 영화들이 흥행 대결을 펼쳤는데, 올해 설 극장가에는 시대극이 없는 대신, 장르가 굉장히 다양해졌습니다. 법정 실화극을 표방한 <부러진 화살>, 코미디 영화 <댄싱퀸> 그리고 스포츠 휴먼 드라마인 <페이스메이커>, 멜로 영화 <네버 엔딩 스토리>까지 다양한 개성을 내세운 4편의 한국영화가 흥행 수위 자리를 놓고 맞붙게 됩니다.

우선, 작년 가을에 <도가니>가 흥행을 해서인지 또 한번의 법정 드라마인 <부러진 화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던데요. <부러진 화살>은 지난 2007년 초에 실제로 벌어졌던, 이른바 석궁 테러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는 작품인데요, 한 대학 교수가 교수 재임용에 탈락한 데 대해 소송을 했고 거기서 패소한 데 불만을 품고 담당 판사를 찾아가 석궁 공격을 가했다, 해서 언론에서도 상당히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던, 바로 그 사건을 영화로 재연하고 있습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사건의 주인공인 김교수가 석궁 테러를 어떻게 가하게 됐는지에 대한 사건의 재구성이라기보다, 기소된 이후의 재판 과정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영화는 당시 재판부가 이미 김교수를 사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낙인을 찍고, 유죄를 사실상 확정 지은 상태에서 짜맞추기 식 재판을 했다, 그런 입장으로 극을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사법부가 진실이나 법보다는 권위에 더 치중하고 있는 게 아니냐, 하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요.

연출을 맡은 정지영 감독은 당시의 재판 기록을 면밀히 분석해서 거의 있는 그대로 영화에 옮겼다, 이렇게 밝히고 있는데요. 안성기가 연기한 김교수가 워낙 깐깐하고 철두철미한 그런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어서 객석에 묘한 통쾌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올 설 극장가 개봉작 가운데서는 가장 문제작이 될 것 같구요.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하느냐에 따라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사회파 영화는 아니지만 서울 시장 선거를 소재로 삼은 영화도 있습니다. <댄싱 퀸>이라는 작품인데요. 황정민이 변호사 출신으로 서울 시장 후보로 출마하게 되는 상황에서 엄정화가 맡은 그의 아내가 뒤늦게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걸그룹에 도전하게 되는 상황을 코믹한 호흡으로 담아내고 있는 영홥니다.

영화 <댄싱 퀸>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가지 요소, 즉 정치의 세계와 연예 비즈니스의 세계를 충돌시킴으로써 웃음을 만들어내는 코미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요. 일단 상당히 웃깁니다. 그런 점에서 코미디로서의 기본은 갖추고 있는 작품으로 탄생이 됐습니다.

정치에 대한 현실 풍자와 더불어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지지를 보내주는 게 가족이다, 하는 메시지를 담으면서 가족 휴먼 드라마적인 요소를 함께 결합시킨 작품입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라는 점에서 올 설에 개봉하는 한국영화 가운데서는 흥행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작년 설에도 김명민 주연의 <조선명탐정>이라는 영화가 흥행이 아주 잘됐는데, 올 설에도 또 찾아왔군요, 이번에는 마라토너로 변신했습니다. <페이스 메이커>라는 영화입니다. 영화 제목 페이스 메이커란, 마라톤에서 우승 후보가 될 선수를 위해 페이스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는 선수를 의미합니다. 이 영화 속에서 김명민이 맡은 주만호라는 인물이 바로 그렇게 평생 페이스 메이커로 뛰었던 노장 마라톤 선수로 나오는데요.

친구 집에 얹혀 살 정도로 형편이 어렵지만 하나밖에 없는 동생만을 위해 달리기를 했던 주인공이, 생애 처음으로,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한 레이스에 나가게 되는 과정을 스포츠 휴먼 드라마 특유의 호흡으로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영화 막판에 런던 올림픽 장면은 꽤 감동적으로 연출이 됐는데, 문제는 그때까지 영화가 너무 페이스를 조절하다 보니까 좀 지루하게 느껴지는 게 흠입니다. 막판 스퍼트를 위해 숨을 너무 고른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엄태웅과 정려원이 호흡을 맞춘 <네버 엔딩 스토리>라는 작품입니다. 설정은 일단 재미있습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두 남녀가 죽을 때까지만 서로 애인 사이로 지내기로 하고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작품인데요.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인지 멜로인지 장르가 애매모호한 게 이 영화의 단점입니다.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기엔 죽음을 앞둔 남녀의 알콩 달콩 러브 스토리가 별로 안웃기구요, 멜로하고 하기엔 또 그다지 슬프지 않습니다. 제목이 <네버 엔딩 스토리>인데, <네버 차밍 스토리>라고 제목을 바꿔주고 싶네요.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네 편의 영화 가운데 딱 한편만 골라달라, 하시면 전 주저 없이 <부러진 화살>을 추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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