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의 실패가 남긴 것

영화 이야기 2012. 1. 16. 07:24 Posted by cinemAgora

 


한국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인 300억 원을 들인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 <마이웨이>가 흥행 부진을 보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합작 모델을 통해 국내 영화 시장의 한계를 뛰어 넘어보려던 야심은 물거품이 되는 것일까요.

<마이웨이>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주말에 개봉해서 개봉 4주차인 지난 주말까지 모두 2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200만 명이면 왠만한 영화면 흥행했다고 볼 수 있을텐데, 이 영화의 경우 부진이라고 하는 건 아무래도 제작비 규모 때문이겠죠. 알려져 있다시피 제작비가 300억 원에 이릅니다. 그렇다면 산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천만 명이 들어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마이웨이>는 국내 시장만은 겨냥한 영화는 아닙니다. 당장 지난 주 일본의 300개 관에서 대규모 개봉했습니다. 이르면 다음달 말에는 중국에서도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 이미 60개 나라에 선판매돼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부진이 반드시 흥행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역시 국내 성적은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해외 시장에서의 흥행을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최소 500만 명 이상은 들어야 안정권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 200만 명은 굉장히 부진한 성적임엔 분명합니다.

제작진들은 상당히 당혹스러워할게 당연할 테고요, <마이웨이>의 이런 흥행 부진에 대해 영화계는

한마디로 굉장히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앞으로도 <마이웨이> 같은 대작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죠.

사실 한국 시장만은 놓고 봤을 때 제작비 300억 짜리, 그러니까 손익분기점 천만 명 짜리 영화를 만드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죠. 최근의 한국 상업영화들은 대체로 200만 명 정도, 제작비를 좀 썼다 하는 블록버스터라 할지라도 300만 명 정도를 손익분기점으로 잡아 놓고 만들어집니다. 이 얘기는 한국영화가 쓸 수 있는 제작비 규모가 최대 100억 원을 넘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작비 규모가 한정되면, 당연히 표현의 영역도 한정됩니다. 감독이 추구하고자 하는 영화적 세계가 만약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표현력을 필요로 한다 할지라도 한국영화계에선 불가능한 일이 됩니다.

하지만 강제규 감독은, 그런 시장의 한계를 여러 나라의 합작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돌파하려는 시도를 했죠, 한마디로 타깃 시장을 한국 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로 넓게 잡은 것이고, 그 결과물이 바로 <마이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그런 야심찬 시도가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영화계에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겠죠.

그렇다면 왜 부진했나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한마디로 다국적 합작 영화가 가진 한계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이웨이>의 경우,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시장을 동시에 겨냥해야 한다는 기획적인 측면이 영화의 내용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단 캐스팅부터 그런 포석을 염두에 두고 있죠, 한국의 장동건, 일본의 오다기리 죠, 그리고 중국에선 판빙빙을 캐스팅했습니다.

3국 시장을 동시에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스토리에도 적용이 됐습니다. 한국의 젊은이와 일본의 젊은이가 서로 라이벌 관계였다가 전쟁의 역경을 통과하면서 서로의 희망이 된다는 스토리인데요. 문제는 이 스토리가 국내 관객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우리에게 여전히 식민지 가해자이고 역사적 앙금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한일 젊은이의 우정을 다룬 설정이 관객들에게 불편하게 다가왔다는 것이죠, 게다가 많은 대사가 일본어로 처리가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관객들은 이 영화가 친일 매국노 영화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비교적 높게 평가합니다. 한국 전쟁영화 가운데서는 가장 뛰어난 전투신을 보여주고 있는데다, 그동안의 우리나라 전쟁영화로는 사실상 처음으로 한국 전쟁을 뛰어 넘어 노르망디 상륙작전 같은 2차 세계 대전을 재연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성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씀드린 동아시아 합작 영화가 가질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이 영화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한국과 일본, 또 중국이 가진 근현대사의 역사적 경험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중국, 또 일본이 가진 상반된 정서를 합작 영화가 돌파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마이웨이>는 반증해 보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죠.

어쨌든 <마이웨이>의 흥행 부진이 남긴 시사점은 있을 것 같은데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동아시아 3국은 서로 비슷한 듯하지만 굉장히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합작 영화가 뛰어 넘어야할 가장 어려운 관건 가운데 하납니다. 어느 한 곳에 치우치다 보면 다른 나라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없고, 여러 나라를 동시에 고려하다 보면 어정쩡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따라서 합작 영화의 경우엔 좀더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영화 <마이웨이>는 일종의 타산지석이 된 셈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협소한 국내 시장의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선 이런 다국적 합작 영화가 좀더 자주 만들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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