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학교 폭력

영화 이야기 2012. 1. 8. 13:55 Posted by cinemAgora

최근 학교 폭력이 다시 커다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이 문제는 사실 영화에서도 자주 다뤄졌던 소재이기도 합니다. 폭력에 방치된 청소년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기성 세대의 자성을 촉구하는 영화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영화들 가운데 학교 폭력을 다룬 영화 하면 가장 먼저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작품이 떠오르는데요. 유하 감독이 연출하고 권상우씨가 주연을 맡아서 지난 2004년에 개봉했던 작품인데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는 지금의 학교 폭력을 다룬 영화는 아니고요, 어쩌면 유하 감독이 학창시절을 보냈던 1970년대라는 시대상과 맞물려서 당시 학교 문화를 폭력의 관점에서 들여다본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교사들의 폭력 뿐만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서도 세력 다툼이 심한 가운데, 주인공 현수가 싸움에 휘말리게 되는 과정을 당시 유행하던 이소룡이라는 아이콘을 빌어와 묘사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 가운데 학교 폭력을 조금 더 진지하게 조금 더 정면으로 다뤘던 영화는 박기형 감독의 2006년작 <폭력 서클>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가 재미적인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라면 <폭력 서클>은 제목 그대로 폭력으로 얼룩진 학생들간의 끔찍한 폭력 사태를 다루고 있습니다.모범생이었던 상호가 어떻게 서서히 폭력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는지를, 영화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작 가운데서는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있는데요. 지난해 가을에 개봉해서 조용히 화제를 불러 모았던 작품입니다. 중학교 1학년 교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학생들 위에 군림하는 일군의 무리에 주인공 두 학생이 괴롭힘을 당하게 되고요, 여기에 이들에 저항하는 철수라는 학생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급변하게 됩니다. 괴롭힘을 당하던 두 두 학생은 철수와 힘을 합쳐서 가해 학생들에게 맞서보려 하지만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힘 센 학생의 횡포에 침묵으로 동조하는 다수 학생들을 돼지로 묘사하면서, 학교 폭력의 이면에 대한 성찰까지 녹여내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이 반드시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사회 문제도 대두되곤 하죠. 최근에 나온 영화 가운데 미국 영화 <그랜토리노>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미국의 배우 출신 거장 감독이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 겸 주연을 맡았던 영화입니다.

한국 전쟁 참전 용사 출신의 한 노인과 아시아 소수 민족 출신의 10대 청소년이 서로 이웃에 살면서 교감을 나누게 되는 과정을 넉넉한 노장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서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서부의 총잡이로, 혹은 거친 형사로 영화에 출연했던 자신의 배우로서의 전성기에 대한 일종의 고해성사를 바치고 있다,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는데요. 아이들이 서로에게 물리적인 위해를 가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걸 목격하면서, 세상을 이렇게 폭력적인 상황으로 만든데 일조했다는, 기성 세대로서의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일본 영화인데요, 지난해 봄에 국내 개봉했던 <고백>이라는 작품입니다.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연출했구요, <4월 이야기>라는 영화로 우리나라에도 낯이 익은 마츠 다카코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영화 <고백>은 자신이 교사로 일하는 중학교에서 어린 딸이 사망한 여주인공과 관련된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이 여교사는 자신의 반 학생 가운데 딸을 죽인 범인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반 아이들에게 말하게 되고요, 그들에게 에이즈에 감염된 우유를 먹였다, 이런 얘기를 고백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가해자로 드러나는 학생들이 결국 부모들의 무관심 또는 과도한 관심에 의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드러내는데도 게으르지 않은데요. 그래서인지, 학생들과 더불어 그 부모들에 대해서도 단죄를 하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이란 게 결국 기성세대가 떠안아야할 문제라는 메시지를 녹여내고 있는 것이죠.

그런 차원에서 학교 폭력의 문제에 좀더 성찰적으로 다가간 영화 한편이 있는데요. 역시 지난해 개봉한 <인어베러월드>라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프리카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하는 정의로운 의사 안톤입니다. 그는 부족간의 폭력적 분쟁의 와중에 희생당하는 여성이나 어린이 등의 약자들을 치료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지 못합니다. 잠시 휴가를 얻어 유럽의 집으로 돌아왔는데요, 거기서 자신의 열 살난 아들 엘리아스가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되죠.

영화 <인어베러월드>는 끔찍한 살육이 진행되는 아프리카와 보이지 않는 듯 진행되는 유럽 초등학교의 학교 폭력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과연 어떻게 끊을 수 있는 것이냐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녹여냅니다. 영화에 따르면 그 유일한 해결법은 용서와 관용인데요. 누군가 먼저 용서하고 참지 않는다면, 폭력의 고리를 막을 수 없다, 이런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죠.

어쨌든 이들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공통된 시사점은 이겁니다. 폭력적인 세상이 폭력적인 교실을 만든다. 그러므로 학교 폭력은, 단순히 가해 학생을 처벌하거나 격리시키는 것에서 해결점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어쩌면 약한 이에게 가해질 수밖에 없는 세상의 폭력성, 나밖에 모르는 이기주의, 부조리를 방관하는 침묵의 고리를 방치한다면, 학교 폭력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숙제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교실은 세상의 거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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