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한국영화계 결산

영화 이야기 2011. 12. 30. 11:55 Posted by cinemAgora
1. 사회파 영화의 선전

올해 한국영화계의 가장 큰 화제는 영화 <도가니>가 일으킨 사회적 파장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영화 한편의 힘이 참 대단하다는 걸 실감케 했던 영화였죠. 잊혀질 뻔 했던 청각 장애인 학교의 성폭행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불러내면서, 실제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고요. 경찰의 재수사, 또 관련 입법 추진까지도 이끌어 낸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9월에 개봉한 영화 <도가니>는 지난 가을 내내 극장가의 최대 화제를 뿌리면서 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도가니>에 이어 역시 500만 관객을 돌파한 <완득이>의 흥행도 비슷한 맥락에서 의미 심장합니다. <도가니>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공권력의 무기력을 고발했다면, <완득이>는 다문화 가정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통해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죠.

이렇게 올 하반기 두 편의 한국영화는 우리 사회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관객들과의 광범위한 접점을 만들어낸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지난해 <부당거래>라는 영화가 이른바 '사회파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두 영화가 그걸 입증해 보였다고 할 수 있겠죠.

이러한 흐름은, 두 차례의 선거가 예정된 내년까지도 쭉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당장 다음달 19일 개봉하는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 역시 실재했던 석궁 사건의 재연을 통해 사법부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아낸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 대마불사 신화의 붕괴

그런가 하면 100억 원 안팎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의 부침도 컸던 한해였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여름 개봉했던 <7광구>라는 작품이죠. 이 작품은 1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서 사실상 한국 최초의 3D 블록버스터를 표방하고 간판을 내걸었지만 관객과 평단의 차디찬 외면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뿐 아니라 14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장훈 감독의 전쟁 영화 <고지전>도 흥행에서 고배를 마셨구요. 역시 100억 가까이 제작비를 쓴 <퀵>이라는 작품도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정도의 흥행 성적을 냈습니다. 지난 주에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도 부진하긴 마찬가지인데요. 이 작품의 경우엔 무려 3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서 국내 손익분기점만 1000만 명인 작품인데, 지난 주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벽을 넘지 못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오프닝 성적을 내 흥행 가도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충무로에는 그동안 대마불사, 즉 돈을 많이 쓴 영화일수록 흥행 타율이 높아진다는 속설이 통용됐는데요. 올해는 그 믿음이 유효하지 않았던 한해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흥행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지나치게 안전한 스토리 텔링으로 가려했던 게 오히려 신선함을 증발시켜 버리는 결과로 이어진 게 패착이라는 분석입니다.

3. 상업영화 감독들의 세대 교체

영화 뿐 아니라 감독들 사이에서도 부침이 있었습니다. 연초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가 부진한 성적을 내고 말았구요. 상업영화 은퇴까지 선언하게 만든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도 흥행 부진에서 예외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밖에 곽경택 감독의 <통증>, 김상진 감독의 <투혼> 등도 모두 흥행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전반적으로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맹활약을 펼쳤던 상업영화 감독들의 쇠락이 비교적 뚜렸해진 한해가 2011년이었습니다.

그 대신 올해 최고 흥행 성적을 낸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이라든가,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써니>의 강형철 감독, <도가니>의 황동혁 감독, <의뢰인>의 손영성 감독 등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면서 상업영화 감독들의 세대 교체 흐름이 비교적 뚜렸했던 한 해였습니다.

4. 배급사 지형도의 재편 

지난 몇 년동안은 사실상 투자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독무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는데요. 영화부문과 케이블 부문을 합쳐 CJ E&M이라는 새 간판을 단 첫 해라 그런지 굉장히 드라마틱한 한해를 보냈습니다. 연초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의 실패로 휘청대면서 한해를 시작했죠. 그러다 <써니>의 흥행으로 다시 구사일생했다가 <7광구>의 흥행 실패로 타격을 입었죠. <7광구>는 흥행 실패를 떠나 그동안 한국영화계의 선도기업으로서의 CJ의 이미지에 굉장히 큰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어쨌든 CJ로선 다행스럽게도 하반기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도가니> <완득이>의 잇단 흥행으로 다시 업계 1위로서의 입지를 지킬 수 있었는데요.

이런 가운데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최종병기 활>로 올해 최고 흥행작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대약진했는데요. 롯데는 이밖에도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까지 흥행 성공시키면서 CJ의 아성을 목전에서 위협할 정도가 됐습니다. 몇 년 동안 업계 2위를 지켰던 쇼박스의 경우엔 지난해 말 <황해>의 흥행 실패에 이어서 올 여름 <모비딕><고지전>등 기대작들이 흥행 실패하면서 상당한 침체에 빠졌구요, 그 자리를 예전 쇼박스 멤버들이 참여해 만든 중견 배급사 NEW가 치고 올라오는 형국을 보이고 있습니다. NEW는 지난해말 <헬로우 고스트>에 이어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풍산개>, 올 추석 <가문의 수난> 등을 흥행 성공시키면서 일약 메이저 배급사군에 편입되었습니다. NEW는 내년 여름 개봉 예정인 제작비 100억 원 짜리 시대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준비하는 등 야심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내년부터는 CJ의 독주 구도가 깨지고 CJ와 롯데, 이 두 회사의 양강구도가 형성되지 않겠느냐, 하는 게 한국영화계의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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