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명예훼손 소송에서 진다. 시사잡지 탐사보도기자로 기업가의 비리를 폭로했다가 큰 벌금을 물게 생겼다. 이때 한 재벌 노인이 연락해서 사십 년 전 발생한 미제사건을 의뢰한다. 기사가 마음에 들어서 남자를 선택했다며 두둑한 보수를 주겠단다. 아직도 심경이 복잡한 남자가 황당해하자, 노인은 해당 기업가를 결정적으로 옭아맬 수 있는 증거자료도 덤으로 준단다. 좋소. 미제사건은 이렇다. 재벌가문이 소유한 섬에 재벌 노인의 저택을 중심으로 일가친척이 집성촌을 이루며 살았다. 어느 날 노인이 아끼던 열여섯 살 종손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고립된 섬에서 발생한 밀실 살인 사건이다. 노인은 집안의 누군가가 종손녀를 살해했다고 믿는다. 미스터리는 또 있다. 종손녀는 매년 노인의 생일마다 꽃을 눌러 담은 유리 액자를 선물했는데, 사건 후 오늘날까지 누군가가 유리 액자를 매년 보내온다. 살인범을 찾아주시오.


여자는 수틀리면 입에서 면도칼이라도 발사할듯한, 공격성으로 똘똘 뭉쳐진 펑크족이다. 코와 입술을 포함해서 몸에 잔뜩 피어싱을 하고, 키는 백육십에, 비쩍 마르고, 지퍼를 바짝 올린 검은 가죽옷을 입고 다닌다. 무슨 이유인지 당국의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데, 부업으로 사설 조사요원 활동을 한다. 천재 해커로 아무 컴퓨터나 자기 집 드나들듯 한다. 

스웨덴이 배경인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은 제임스 본드가 '본드보이'로 나오는 여성 상위 영화다. <카지노 로얄>, <퀀텀 오브 솔러스>의 현직 제임스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는 사실상 조연이고, <소셜 네트워크> 초반에 마크 주커버그와 인상적인 대화 '배틀'을 했던 여학생 루니 마라가 제임스 본드급의 활약을 보여주는 주연이다. 수컷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 스웨덴 통계를 보면 "스웨덴 여성의 십팔 프로는 남자의 (성적인) 위협을 받은 적이 한 번은 있다." 

영화의 모태가 된 스웨덴 원작 소설은 한국에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로 나와 있다. 스웨덴에서 인구의 삼분지 일이 넘는 삽백오십만 권이 팔렸고, 세계적으로 육천오백만 권이 팔렸는데, 미국에서만 천팔백만 권이 나갔다. 원작자 스티그 라르손은 10부작을 목표로 쓰다가 4부를 채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주인공 미카엘은 자신이 모델이다. 라르손은 <엑스포>라는 반 파시스트 잡지를 통해 스웨덴 내 파시스트 집단의 활동을 폭로해왔다.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09)은 스웨덴에서 먼저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세계적으로 천억 원 수입을 올렸다. 닐스 아덴 오플레우가 감독을 맡았다. 미국에서는 스웨덴어 자막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삼십사 개 스크린에서 단출하게 개봉해서 첫 주말에 삼억 오천만 원을 벌었다.

<소셜 네트워크>(2010)의 데이빗 핀처 감독이 할리우드판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을 찍었다. 미국 평단에서는 대체로 스웨덴판과 할리우드판이 완성도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분위기이고, 스웨덴판이 이미 있는데 왜 쓸데없는 짓을 했느냐는 비판도 있다.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두 작품 다 3.5/4.0 평점을 줬다.

<소셜 네트워크>와 비교해보면 RottenTomatoes.com 평점이 10% 포인트 낮다. <소셜 네트워크>는 개봉 첫 주말 이백사십억 원,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은 이보다 백억 원이 모자라는 백사십억 원 수입을 올렸다. 

영화는 화면이 좌우로 널찍한 2.35:1 시네마스코프 비율로 찍었는데 눈 내린 스웨덴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한다. 화면 비율이 1.77:1인 HDTV로 보면 화면 위아래가 검게 나온다. 극장에서 봐야 좋다. 

이제부턴 가십. 루니 마라가 옷을 자주 벗는다. 끔찍한 강간, 고문 장면이 나온다. 영화 한 장면에 나오는 남근 모양의 물건이 정확히 뭔지 궁금할 텐데, 은백색의 십삼 킬로짜리 딜도라고 한다. 여주인공 리즈베스 역은 스웨덴판에서 같은 역으로 명연기를 선보인 누미 라파스가 맡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본인이 거절했다. 그리고 나탈리 포트만이 제안을 거절했고, 스칼렛 요한슨은 너무 섹시하다고 배제됐다.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은 연인이 즐기기 좋은 오락 영화다. 감독 데이빗 핀처가 선보이는 화면발과 팽팽한 긴장감 여전하다. 여자 제임스 본드를 갈구하는 관객에게 추천한다.

-하일수(미쿡 사는 3M흥업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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