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숙취에서 깨어나 이메일을 확인한다. 갓난아기 사진이 담긴 편지를 열어보곤 화들짝 놀란다. 이십 년 전 남자친구가 애 아빠가 됐다. 뭐, 나는 이혼하고 알코올 중독자처럼 사는데? 초고층 원룸 아파트 베란다에서 감정을 추슬러 본다. 그래, 결심했어. 자 떠나자 고향 마을로 사랑한다 말해줬던 남자 잡으러, 미니 쿠퍼를 타고.
샤를리즈 테론이 분한 주인공 메이비스는, 뉴욕 주간지 <빌리지 보이스>의 제이 호버맨 말을 빌리면 재수없고, 독살스럽고, 자기중심적이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옛 남자친구 앞에 이십 년만에 나타나 "나랑 도망가자. 이미 결혼했다고? 함께 역경을 극복하자"라고 말한다. 정신감정이 필요하다. 표정도 심드렁하니 딱 여자판 빌 머레이다. 오로지 외모만 끝내준다. 고교 시절에 프롬퀸이었고, 존경하는 인물은 패리스 힐튼 짝퉁인 킴 카다시안이니 알만하다. 직업은 다름 아닌 소설가다. 지나가는 여학생들이 나누는 수다를 채집해서, 고등학생 취향의 소설을 쓴다. 일과 취미가 일치한다.
웃음과 감동이 있는 영화 <주노>, <인디에어>를 만든 제이슨 라이트먼이 감독했고, <주노>의 각본가 디아블로 코디가 역시 각본을 맡았지만, <영 어덜트>는 순도 백 프로 다크 초콜릿처럼 쓰디쓴 블랙 코미디다. 결말이 뻔한 고교 동창회 영화가 아니다. 미국 평단의 반응은 호의적이지만 앞에서 언급한 두 전작보다 RottenTomatoes.com 평점이 10% 포인트 낮다. 흥행은 시무룩하다. 제작비 추산치가 130억 원인데 개봉 이 주 차 현재 사억 원도 못 벌었다.
배우 필립 시무어 호프먼에 버금가는 빛나는 조연으로는 코미디언 패튼 오스왈트가 나온다. 주인공의 왕따 동창 맷은 고등학교 때 게이로 오인당해 집단린치를 당해서 성기가 파열됐고 다리 한 쪽을 못 쓴다. 둘은 고향 마을 술집에서 재회를 하는데 물론 주인공은 맷을 단지 '게이 폭력 남자애'로 기억한다.
주인공이 고속도로를 내달리며 카세트 테이프가 닳도록 틀고 또 틀고 따라 부르는 노래는 스코틀랜드 밴드 '틴에이지 팬클럽'의 (1991)다. 영화 중간에 라이브로 한 번 더 나온다.
<영 어덜트>는 절대로 젊은 연인이 데이트하며 즐길 영화가 아니다. 결말이 행복하지 않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나 샤를리즈 테론 팬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