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이 영화를 보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눈부신 첨단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이미 극장은 영화를 뛰어 넘는 다양한 문화 체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때는 극장에서 한국팀의 경기가 생중계되기도 했고, 최근에는 해외 유명 뮤지션들의 공연을 국내 극장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다. 한 예로, 지난 4일에는 일본의 록 밴드 ‘라르크 앙시엘’의 20주년 특별 공연‘이 메가박스 4개 극장을 통해 생중계됐다.
특히 공연 무대의 현장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3D 기술은 공연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흐름을 주도하는 일등 공신이 되고 있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U2의 남미 공연을 3D로 담아낸 <U2 3D>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국내 개봉한 이 영화의 시사회에서는 관객들에게 맥주를 나눠줬는데, 맥주 한잔을 들이키며 마치 실제 공연장에서 환호를 보내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 공연 실황에서 3D 효과는, 특히 관중석에서 무대를 비추는 앵글에서 빛난다. 무대와의 원근감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에 마치 관객이 관중석의 한 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 최근에는 유명 뮤지컬이 합세했다. 프랑스의 대표 뮤지컬 가운데 하나인 <모차르트 락 오페라>도 그 가운데 하나다. 역시 지난달 국내 개봉한 이 영화, 아니 이 공연은 2AM과 휘성 등의 라이브 공연을 3D 영상으로 담은 바 있는 정성복 감독에 의해 3D로 옮겨졌다. 원작 뮤지컬이 지닌 감동이 3D라는 입체적 비주얼과 만나면서 관객들은 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고정 관념을 가볍게 탈피해 어느덧 저 멀리 유럽의 공연장 한 가운데 앉아 직접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3D 버전은 아니지만 ‘공연의 영화화‘라는 최근 트렌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 한 편이 15일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공연 자체의 유명세 때문이라도, 또 이 공연의 특별함 때문에라도 원작 팬들이라면 필견의 작품이 될 터, 전설적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 공연‘이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뮤지컬의 마법사로 불리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후 브로드웨이와 전세계 27개국 순회 공연을 통해 1억 3천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동원한 작품이다. 그 25주년을 기념해 영국의 권위 있는 클래식 공연장인 로얄 알버트홀에서 마련된 특별 공연에는, ‘팬텀’ 역에 이란 출신의 주목 받는 뮤지컬 배우 라민 카림루, ‘크리스틴’ 역에 청아하고도 맑은 음색을 지닌 사에라 보게스가 각각 참여했다.
공연장 전체를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로 만들어 놓은 듯한 압도적인 무대 미술이 본 공연의 위용을 드러내는 가운데, 카메라는 다양한 앵글로 공연의 생동감을 실어 나른다. 특히 팬텀의 노래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카메라는 의도적으로 공연장의 뒤쪽 통로에서 무대와 객석을 한꺼번에 비춘다. 공연 자체를 한 편의 영화적 공간으로 옮겨오려는 연출 의도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원작 팬이라면, 아니 원작 팬이 아니더라도 이 특별한 공연을 놓쳐선 안되는 이유는 본 공연의 뛰어난 완성도 뿐만은 아니다. 오히려 본 공연이 끝난 뒤 30여분 동안 펼쳐지는 특별 공연이야말로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직접 무대로 나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초대 팬텀 역을 맡았던 마이클 크로포드와 더불어 초대 크리스틴인 사라 브라이트만이 무대에 올라오고, 역대 팬텀을 맡았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소개된다. 앤소니 윌로우, 존 오웬 존스, 콤 윌킨슨, 피터 조백 등 역대 팬텀들이 사라 브라이트만을 둘러싸고 함께 부르는 주제곡 ‘The Phantom of Opera'는 그 자체로 장관이자 감동의 도가니다.
2011. 11. 빅이슈 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