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에펠탑이 저 멀리 보이고 개선문광장에서 만나는 열두 개의 도로는 방사형 원에 진입해서 다시 흩어진다. 1930년대에도 밤의 파리는 불야성이다. 근처 기차역 시계탑 꼭대기에서 소년은 야경을 넋 놓고 바라본다. 기차역은 뉴욕 그랜드센트럴 터미널 처럼 천정이 높고 부산하다. 소년은 낮에는 기차역 내의 시계와 시계탑을 몰래 관리한다. 태엽으로 도는 기계장치라 기름칠을 하고 태엽을 돌리고 고장이 나면 수리를 한다. 밤에는 죽은 아버지가 남겨준 고장 난 로봇을 수리한다. 은색 로봇은 표정이 슬픈 걸 빼곤 <바이센테니얼맨>(1999)을 닮았다. 특이하게 오른손에 펜을 잡고 있다. 소년은 로봇을 고치면 로봇이 죽은 아버지가 남긴 메시지를 전해주리라고 굳게 믿는다. 소년은 고아다. 악독한 기차역 순찰관에게 잡히면 바로 고아원 행이다. 모자란 기계부품은 기차역 내 장난감 가게에서 몰래 훔친다. 어느 날 소년은 가게주인에게 덜미를 잡히고 아버지가 남긴 로봇 설계도를 빼앗긴다.
영화계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디파티드>(2006)로 아카데미 상을 탔고, <셔터 아일랜드>(2010)로 삼천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범죄 폭력 영화를 주로 다루다가 왜 가족 영화 <휴고>를 만들었을까? 왜 3D로 찍었을까? 왜 배경이 제1차 세계 대전 후 십 년이 지난 1930년대 파리의 기차역일까?
"예, 제 이름이 있지만, 가족 영홥니다." "우리는 삼차원에서 살고 삼차원 사물을 보는데 3D로 찍으면 안 되나요?" "영화계의 선구자들은 원근감, 칼라, 빅스크린, 사운드를 영화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3D로 원근감을 실현한 건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영화는 언제나 화면을 뚫고 나오고 싶어 했습니다." "뤼미에르 형제도 1930년대에 3D를 실험했어요." 힌트. 뤼미에르 형제는 프랑스인이고 세계 최초의 영화 <열차 도착>을 만들었다.
<아바타>(2009)로 현대 3D 영화를 개척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현존 최고의 3D영화"라고 <휴고>를 격찬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1년 최고의 영화 부문에서 <휴고>를 2위로 선정했다. 영화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별 네 개 만점을 줬다. 하지만 평단의 반응이 찬양 일변도는 아니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 '영화학 개론'에 가까운 강의 아닌 강의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갑자기 법대 교수가 나와 형법학을 강의한다고나 할까.
영화 원작 소설은 <위고 카브레>로 국내에 출간됐다. <뉴욕타임스> 아동도서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했고, 2008년 그림동화 부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칼데콧상을 수상했다.
주인공 휴고의 여자친구로 나오는 이사벨은 뱀파이어 영화 <렛미인>(2010)으로 낯이 익다. 본명은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 나이는 열네 살이고, 미국에서 태어났다. 악독한 기차역 순찰관을 익살스럽게 소화한 샤샤 바론 코헨은 '더러운' 코미디 영화 <보랏>(2006)으로 유명하다.
가족영화 <휴고>는 코흘리개 시절 생애 첫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마법의 세계를 재현한다. 아이들도 좋아하니 영화광 부모라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Written by 하일수 (미쿡 사는 3M흥업 독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