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탐라국 왕족의 후손이 문중 땅으로 해변을 끼고 있는 선산을 몇 대에 걸쳐 가지고 있다. 부동산 업자가 땅을 사서 파라다이스 호텔이나 신라 호텔 같은 대형 리조트를 만들겠다고 제안서를 제출했다. 팔까?

조지 클루니를 주인공으로 삼고 배경을 하와이로 옮겨보자. 장손 조지 클루니의 증조할머니는 하와이 공주였는데 백인과 결혼했고 수 대에 걸친 백인 혈통 물타기로 후손들은 다 외견상 백인이다. 후손들은 다 매각에 찬성한다. 매각이 완료되면 남은 유산은 벽에 걸린 조상님 사진 몇 점뿐이다. 후손들은 외지인에게 안 팔고 내지인에게 팔면 우리 의무는 다했지, 라고 생각한다. 다들 먹고사는데 문제 없는 중산층이지만 돈이 굴러 오는데 내칠 이유가 없다. 부동산 변호사인 조지 클루니도 찬성이고 매각 책임을 맡아 막바지 서류 작업을 하고 있다. 

조지 클루니는 허리띠가 축 내려간 반바지에 후줄근한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동네 아저씨다. 멋있지도, 섹시하지도 않다. 이러다가 로맨스 영화 섭외가 끊길까 걱정이라고 인터뷰에서 엄살을 부릴 정도다.

주인공은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는 빵점이다. 일 중독으로 출장을 잦게 다니고 문제아 딸 둘에게는 별로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가 수상스키를 타다가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다. 딸 둘은 이제 아버지 몫이다. 그러던 중 주인공은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과 배신감을 느낀다. 아내는 자신이 뇌사상태에 빠지면 생명을 이어가지 않겠다고 유언장을 남겼다. 곧 생명유지장치를 꺼야 한다. 주인공은 딸 둘과 함께 아내와 바람을 핀 남자를 찾아 나선다.

<어바웃 슈미트>와 <사이드웨이>를 만든 알렉산더 페인이 감독이다. <디센던츠>는 전작과 다르다. 흥겹지도 심각하지도 않다. 영화 내내 나오는 하와이 음악처럼 미묘하고 잔잔하다. 극적인 요소도 절제됐다.

미국 평단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뉴요커>, <뉴욕 타임즈>, <타임>, <시카고 선타임즈>, <롤링 스톤>을 망라한다. 아카데미 상도 유력하다. 인터넷 영화 데이타베이스 사용자 평점도 8.2/10으로 좋다.

하지만 미국 개봉 이주차 흥행 실적은 좋지 않다. 본전치기 정도다.

합의이혼 서류를 법정에 제출하고 숙려기간에 들어간 부부에게 특별히 추천한다. 데이트용 영화는 아니다. 간단히 말해서 재미삼아 봤다가는 어리둥절한 예술영화다.

written by 하일수 (미쿡 사는 3M흥업 독자)
,
BLOG main image
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87)
찌질스(zzizzls) (3)
영화 이야기 (702)
음악 이야기 (34)
TV 이야기 (29)
별별 이야기 (122)
사람 이야기 (13)
3M 푸로덕숀 (156)
애경's 3M+1W (52)
민섭's 3M+α (27)
늙은소's 다락방 (26)
라디오걸's 통신소 (1)
진영's 연예백과사전 (4)
순탁's 뮤직라이프 (10)
수빈's 감성홀 (8)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NM Media textcube get rss DNS Powered by DNSEver.com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3 M 興 業 (흥 UP)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cinemAgora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티엔엠미디어 DesignMyself!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