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가 흥행 몰이를 시작했습니다. 당초의 예상을 뛰어 넘는 뜻밖의 선전이라는 평갑니다. 지난 주말 744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는데요, 개봉 첫주 10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면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말 이틀동안의 관객 동원만 74만 명으로 16만여 명을 모은 <최종 병기 활>을 아주 멀찌감치 따돌렸습니다. 개봉 일주일째인 9월 28일까지 141만 명의 관객을 모았는데요. 이번주 예매 점유율도 40%가 넘는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어서 이변이 없는 한 2주 연속 흥행 정상을 차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 통과하면서 200만 명 돌파가 확실시됩니다.

당초 이 영화가 장애 아동에 대한 성추행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관객들이 보기에 불편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는데,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냐, 하시면서 상당한 공분을 드러내고 있죠. 영화가 관객들에게 주는 여러 가지 감정이 있죠,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는데, 이 영화는 그 가운데 분노도 있다는 것을 꿰뚫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지난 2005년에 실재 사건이 있었던 광주가 아니라 무진이라는 가상의 도시로 설정했는데요. 이 도시에 있는 청각장애인 학교에 공유씨가 맡은 인호라는 인물이 미술 선생님으로 부임하게 됩니다. 인호는 이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는데요. 알고 보니 이 학교 학생들이 교사들로부터 상습적인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교사 자리를 어렵게 얻은 인호는 처음에는 이런 상황을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데요. 나중에 더 추악한 진실을 확인하게 되면서 이것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합니다.

그 추악한 진실이란, 바로 이 학교의 교장과 행정실장, 그리고 교사 한명이 어린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인데요. 인호는 인권센터 간사인 유미와 함께 이 사실을 교육청과 경찰에 알리지만, 모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결국 언론에 폭로함으로써 사건을 법정에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법정에서조차 진실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은데요.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가지고 있는 부도덕성을 냉소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계기로 2005년의 실재했던 사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트위터에선 당시 사건을 보도했던 MBC 피디 수첩 다시 보기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구요. 정부는 장애 학생에 대한 성폭력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입니다. 경찰도 해당 학교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하기로 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 당시 재판을 맡았던 판사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싶다”고 밝히기까지 했는데요. 당시 피의자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난데 대해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나쁜 사람들이었지만 피해자들이 합의를 하고 고소를 취하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도가니>가 일으킨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서 영화가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문제에 대해 강력한 경종을 울리 수 있음을 입증해 보이고 있는 셈이겠죠. 

영화 <도가니>가 이렇게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사실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아낸, 이른바 사회파 영화들은 지금까지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 영화의 경우, 아주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가 출연하지도 않죠. 게다가 불편한 현실을 담은 사회파 영화구요. 그럼에도 이런 흥행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배경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영화적인 측면이고, 또 하나는 영화 외적인 측면입니다.

영화적인 측면에서 분석하자면, <도가니>는 당시 사건을 비교적 충실하게 재연하는 가운데, 자칫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장애 아동 성추행 장면을 비교적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제작진의 딜레마가 있었을텐데요. 하지만 영화는 관객들을 의도적인 불편함으로 몰고 가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사건의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있는 것이죠. 이런 연출적인 선택이 파장을 만들어내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한가지, 영화 외적인 측면인데요. 지금 시대의 관객들이 영화에서 보고자 하는 것과 이 영화가 광범위한 접점을 만들어냈다는 것인데요. 영화 흥행이라는 게 원래 관객들이 갈구하는 것, 또는 현실에서 결핍하고 있는 것을 채워줄 때 벌어지는 현상인데요. 지난해 가을에 흥행에 성공한 <부당거래>에서 어느 정도 확인이 됐다시피, 사회적 부조리와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이 관객들 사이에 밑바닥의 정서로 흐르고 있고, 이것이 영화를 통해 파열되고 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나 경찰이나 검찰 등의 공권력에 대한 불신, 그리고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안정망의 부실함, 이런데 대한 반감의 정서가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한마디로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강력한 반작용으로, ‘정의’라는 키워드가 하나의 거대한 흥행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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